AI 붐에 ‘美친’ 증시…한국엔 ‘선도株’가 없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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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M7’, 거침없는 상승세…S&P500 연일 최고치
韓 증시는 ‘요지부동’…“낙수효과 못 누린다”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치를 내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엔비디아 등 AI 기술로 무장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새해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투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꺼졌는데도, 이들 빅테크 종목의 주가는 ‘거품 논란’을 넘어 쾌속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은 예외다. AI 관련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나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는 잠잠한 상태다. 이에 시장에선 “한국의 AI 기술이 미흡한 수준”이라는 자조와 함께 “국내 시장이 AI 열풍의 낙수효과를 못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가 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 로이터 = 연합
미국 증시가 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 로이터 = 연합

엔비디아 주가, 사상 최초 600달러 돌파…올 들어 20%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뉴욕 시장은 ‘빨간 불’ 행진이다. 뉴욕 3대 지수 중 S&P500 지수가 간밤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고, 나스닥 지수도 5거래일 연속 상승해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2일 역사상 최고치인 3만8000선을 넘겼다가, 현재는 소폭 조정됐다.

미국 증시의 고공행진 배경엔 이른바 ‘메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이라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이 있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를 일컫는 M7은, 현재 테슬라를 제외하고 새해 들어 주가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AI 반도체 최고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간밤 613.62달러로 장을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 사상 최초로 600달러를 돌파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 넘게 상승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손잡고 AI 개발을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장중 한 때 시가총액 3조 달러(한화 약 4000조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코스피(2000조)와 코스닥(391조)의 시총을 모두 합쳐도 1.7배가량 높은 수치다.

간밤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달리, 25일 개장한 국내 증시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 연합뉴스
간밤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달리, 25일 개장한 국내 증시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 연합뉴스

일본‧인도 ‘훨훨’ 나는데…‘낙수효과’ 못 누리는 韓증시

이날 바통을 이어 받은 한국 증시엔 오히려 파란 불이 켜졌다. 특히 국내 반도체 대장주 SK하이닉스가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해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웠지만 주가는 2%대 하락했다. 차익실현 매물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삼성전자나 네이버‧카카오 등 반도체‧AI 관련주로 분류된 종목들 역시 약보합세를 보였다.

한국 증시가 전 세계에 불어온 ‘AI 붐’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AI를 대표하는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한국 시가총액을 바짝 따라오고 있는 현상은 한국 증시가 AI 수요에서 아직 커다란 낙수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설명한다”며 “미국의 프렌드쇼어링(Freindshoring‧우방끼리 뭉치는 전략) 정책의 수혜로 일본과 인도가 주목받으면서, 한국의 투자 매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인도 주식시장은 지난 22일 시가총액 4조3300억 달러(약 5795조원)를 기록하면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증시가 됐다. 일본에서도 대표 지수인 닛케이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1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해 새 역사를 썼다. 반면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새해 들어 7% 하락했다.

무엇보다 한국 시장에선 AI 관련 기술 혁신을 이끌 선도 기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및 주요국 AI 기술수준의 최근 변화 추이’ 보고서에서 “객관적으로 한국의 AI 기술수준은 아직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 비해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네이버는 ‘하이버클로바X’를 출시했지만 업계 평가는 부정적이고, 카카오는 ‘코GPT 2.0’ 출시를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공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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