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 이 여행] 시장으로 온 청년들, 대구 현풍백년도깨비시장
  • 글 남혜림·사진 신규철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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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걱정을 먹고 사는 도깨비가 머무는 대구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이곳 청년몰 ‘현이와 풍이의 청춘신난장’에서 마음껏 노닐었다.

청년몰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청년 창업을 뒷받침해 주는 사업이다. 전통시장 내 유휴 공간을 가꾸어 청년몰을 조성하고, 만 39세 이하 청년을 선발해 가게를 내어 준다. ⓒKTX매거진 신규철
청년몰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청년 창업을 뒷받침해 주는 사업이다. 전통시장 내 유휴 공간을 가꾸어 청년몰을 조성하고, 만 39세 이하 청년을 선발해 가게를 내어 준다. ⓒKTX매거진 신규철

대구 현풍읍은 예부터 오일장과 인근 우시장 덕에 달성군의 중심지로 여겨졌다. 고장의 든든한 뿌리인 오일장이 정비를 마치고 처음 문을 연 것은 1918년. 이후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을 얻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 왔다. 시장에는 손님과 상인의 근심, 걱정을 먹는 도깨비가 산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한다. 시장 마스코트인 도깨비 현이와 풍이 그림을 따라 청년몰 ‘현이와 풍이의 청춘신난장’으로 간다. 떡갈비, 돈가스 등 맛난 음식을 내는 식당부터 라탄‧자개 공예 체험이 가능한 공방까지 개성이 돋보이는 가게가 즐비하다. 이곳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만 39세 이하 청년 상인에게 전통시장 내 공간을 제공해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창업‧역량 교육, 창업 지원, 제품 개발, 판매 촉진 등 사업 시작부터 사후 관리까지 도움을 주니 청년의 꿈과 아이디어가 멋들어지게 실현된다. 청년몰이 몰고 온 새바람으로 시장 상인과 청년은 물론 방문자까지 즐겁다.

ⓒKTX매거진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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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 자연을 엮다_처음에는 취미 생활로 삼을 요량이었다. 바쁘게 회사를 다니던 시절, 머리가 복잡하고 심란할 때 라탄 공예에 집중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라탄의 매력에 빠져든 심미진 대표는 우연히 청년몰을 알게 됐다. “입주를 원하는 청년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한 ‘누구나가게’에서 3개월간 공방을 운영했어요. 그 후 자신감을 얻어 지금의 ‘라탄, 자연을 엮다’가 생겨났죠.”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등나무를 가공해 만든 라탄 줄기만 있다면 재료 준비는 끝이다. 라탄에 물을 먹여 부드럽게 만든 뒤 일정한 규칙을 따라 엮는다. 같은 작업을 반복했을 뿐인데 컵 받침, 연필꽂이, 바구니, 시계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탄생한다. 체험은 물론 심 대표가 완성한 라탄 소품 구매도 가능하다. 라탄 제품은 나무로 만들어 환경 오염 걱정이 덜한 데다 손때가 묻을수록 멋을 더한단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어지는 물건이다.

ⓒKTX매거진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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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떡갈비_현풍에서 나고 자란 임재록‧임재무 형제가 의기투합해 떡갈비를 선보인다. 우선 한우와 한돈에 대파, 양파 등 각종 채소를 배합해 반죽하고 수차례 치댄다. 오븐에 초벌로 구워 낸것은 손님에게 내기 직전 토치로 바싹 익힌다. 은은한 불 향을 더하고 나면 밥반찬으로 제격인 떡갈비가 완성된다.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냄새에 저절로 침이 고인다. 떡갈비의 정석인 순한맛, 알싸한 매운맛, 모차렐라 치즈를 품은 치즈맛까지 선택지를 세 가지나 마련해 손님은 행복한 고민을 한다. 2023년 끝자락 청년몰에 입점한 두 형제의 가게는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새로운 메뉴 떡갈비정식을 고안해 내더니, 이제는 인기에 힘입어 전국에 택배 서비스도 실시한다. “줄곧 요식업에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로 고향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한 청년몰 상인들과 꾸려 가는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KTX매거진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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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럽_올해도 어김없이 세운 목표, 건강관리. 하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꾸준한 운동과 식이 조절은 해내기 어려운 숙제다. 샐러드 도시락 전문점 ‘바이럽’은 식이 조절 고민을 덜어 준다. 4주 정기 배송 기준 일주일에 한 번, 원하는 요일에 샐러드 도시락 세 개가 문 앞에 도착한다.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산후우울증을 겪던 김나영 대표에게 청년몰은 희망이었다. “입점 모집 현수막을 보고 얼마나 심장이 뛰던지요. 포기하지 않고 연습한 시간이 쌓여 여기까지 왔네요.” 김 대표는 영양사와 함께 영양 성분, 식감과 색감을 고려해 재료를 조합하고 각 샐러드와 어울리는 드레싱을 연구했다. 그렇게 구성한 샐러드 종류가 무려 서른 가지. 오리지널, 오리지널의 절반 분량인 하프로 도시락 크기를 나눠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렇게나 다채롭고 든든한 샐러드라니, 식사 시간이 기다려진다.

ⓒKTX매거진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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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까스_청년몰 터줏대감 ‘용돈까스’가 점심시간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한 입 베어 물면 모차렐라 치즈가 죽 늘어나는 치즈돈가스, 피자와 맛이 비슷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코돈부르등 상 위에 각양각색의 돈가스가 놓였다. 청년몰에 입점하기 전 곽태혁 대표의 일터는 학교였다. 가정교육학을 전공해 영양학, 조리학이나 가정경제학, 소비심리학 등에 눈이 밝았다. 현풍백년도깨비시장에 청년몰이 들어선 2019년, 이곳에 자리 잡은 뒤 곽 대표는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사업을 불려 나갔다. 현재는 가족, 친구까지 뛰어들어 운영 틀을 더욱공고히 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지원 덕에 재료 질이나 서비스에 오롯이 신경을 쏟을 수 있었죠. 국내산 돼지 생등심을 받아 오는 것부터 근막 제거, 염지, 숙성, 조리 등 모든 과정을 저희가 직접 진행합니다. 앞으로도 질 좋은 음식을 손님께 제공하고 싶어요.”

ⓒKTX매거진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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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올랑_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공방 ‘올랑올랑’ 한편에 앉자 최정은 대표가 자개 공예 재료를 가지고 나온다. 까만 배경에 풀을 칠하고 색색으로 빛나는 자개를 조심스레 얹는다. “공예는 시험이 아니에요. 정답이 없죠. 분명 멋진 작품이 완성될 테니 마음 가는 대로 꾸며 보세요.” 최 대표의 따스한 말에 용기가 샘솟는다. 원하는 패턴을 만든 뒤 레진으로 후처리를 거치니 자개 그립톡이 영롱하게 빛난다. 공예에 관심이 많아 독학을 거듭하던 최 대표는 청년몰에서 손재주를 마음껏 펼쳤다. 아이, 가족, 어르신이 최 대표의 안내에 따라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든다. 공예에 자신이 없던 이도 즐거운 추억을 안고 나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아서 보건소나 치매 예방 센터, 장애인복지관에 출강도 갑니다. 앞으로 다양한 공예에 도전하고, 공예를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할 생각입니다.” 늘 미소 짓는 최 대표 덕에 공방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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