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으론 더는 안 된다?…비은행 강화에 열 올리는 금융지주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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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없는’ 삼성금융 순이익, ‘리딩금융’ KB금융 넘어서
메리츠금융도 통합 첫 해부터 2조 순이익…금융지주 추격
비은행 성과 따라 엇갈린 성적표…매물 옥석 가리기에 고심

은행 없는 금융사들이 금융지주들의 실적을 위협하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 금융계열사로 구성된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순이익은 5대 금융지주 1위인 KB금융을 넘어섰고, 메리츠금융도 통합 첫해부터 순이익 2조 클럽에 입성했다. 여기에 금융지주들의 실적 또한 비은행 부문에서 성패가 갈리자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 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은행 없이도 금융지주 앞섰다IFRS17 도입 영향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금융네트웍스에 속한 4개 계열사(생명·화재·카드·증권)의 당기순이익은 합산 4조87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사 중 순이익 1위를 기록한 KB금융(4조6319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실적은 전체 자회사 순이익을 단순 합산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의 지분을 각각 71.9%, 29.4% 보유하고 있어 연결 실적에 중복으로 반영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삼성생명의 별도 실적으로 계산해도 순익은 4조3581억원으로 2위 신한금융지주(4조3680억원)와 비슷한 수치라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은행이 없는 메리츠금융도 지난해 2조원대 순익을 기록하며 통합 첫 해부터 5대 금융지주를 추격하고 나섰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의 순이익은 2조1333억원으로 농협금융(2조2343억원), 우리금융(2조5167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리스크 관리와 탄탄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게 메리츠금융의 설명이다.

은행이 없는 삼성금융네트웍스와 메리츠금융의 성적은 보험사가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인한 실적 개선과 영업 전략 변화가 맞물리면서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전년 대비 19.7% 늘어난 1조89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가운데, 삼성화재도 전년보다 12% 증가한 1조82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두 보험사가 삼성금융 실적의 87%를 차지한 셈이다. 메리츠금융의 메리츠화재 또한 1조57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2% 증가한 견조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로고 ⓒ각 은행 제공<br>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로고 ⓒ각 은행 제공

금융지주 실적, 비은행이 쥐락펴락 

지난해 시중은행 모두 이자이익 증가로 성장했지만, 금융지주의 실적 성패는 보험과 카드,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이 갈랐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실한 금융지주들은 은행의 성장세에도 저조한 비은행 성적표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한 KB금융은 지주 순이익 중 비은행이 34%로 전년 보다 7%포인트 가량 비중을 높이며 최대 순익을 거뒀다. 특히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가 각각 전년 대비 35.1%, 88.7% 증가한 순익을 내며 보험의 중요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도 신한라이프를 필두로 선방했지만, 비은행 부문 순익이 전년보다 4%포인트 감소하면서 ‘리딩금융’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이면에도 비은행 계열의 빈자리가 드러났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은행이 전년보다 12.3% 증가한 3조47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으나, 비은행 비중이 5.5%에 머물며 금융지주 중 3위에 그쳤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9.9% 급감했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외에 이렇다 할 보험·증권 자회사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금융으로선 당연한 결과라는 분위기다. 더구나 우리카드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 대비 45.3% 줄었고, 우리금융캐피탈 역시 30% 가량 순익이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일 신년사에서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제공

비은행 확대 전략 속도…‘꿀’매물 찾기 고심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에선 비은행 계열사 확충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나금융은 보험 계열사 확장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이미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양사 모두 업계 하위권에 맴도는 터라 몸집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KDB생명 인수에도 뛰어들었지만, 경영정상화에만 8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철수한 바 있다. 현재 보험업권에서는 KDB생명을 비롯해 ABL생명, MG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자본건전성이 긍정적이지 않은 만큼 원하는 인수합병(M&A) 대상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매물 찾기에 고심하는 가운데, 현재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은 지난 6일 “모든 잠재 매물이 검토 가능한 M&A 대상”이라며 “회자되는 증권(포스증권)도 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선 오는 29일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해당 건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99%까지 치솟은 터라 인수 여부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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