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번 돈 다 뜯어갈래?”…배달앱 횡포에 벼랑 끝 몰린 자영업자들
  • 김경수 기자 (2k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5 11:0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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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높은 수수료에 배달 라이더 전향 늘어
‘프랜차이즈 가맹법’처럼 배달앱 관리·감독 위한 법 제정 필요

음식 배달 시장점유율 80%. 시장을 장악한 ‘공룡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과도한 수수료를 놓고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영업자들에게 악몽의 시간이었다. 배달앱은 어땠을까. 같은 기간, 이들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비대면 정책으로 인해 자영업자 상당수가 배달음식점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배달앱 수수료, 더 이상 감당 못 해 폐업”

코로나19 때부터 고통받은 자영업자와 달리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해온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는 여전히 업계 1~3위를 차지하며 성업 중이다. 최근 시사저널이 만난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은 가게 운영을 위해 평균 3000만~4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엔데믹이 선언됐음에도 장기간 경기 침체, 고물가, 인건비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다. 여기에 ‘과도한 수수료’ 등 배달앱 횡포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코로나 때 이미 배달 판매 시스템이 구축됐기에 배달앱을 ‘울며 겨자 먹기’로 쓸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프랜차이즈 피자집(배달 전문)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씨(46)는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를 모두 이용한다. 배달앱 3사에 가게를 더 많이 노출하고자 광고비를 낸다는 뜻이다. 박씨는 특히 배민에 광고 명목으로 한 달 평균 105만6000원을 지불한다. ‘깃발’을 구매하는 개념인데, 하나를 사서 꽂으면 주변 2km 반경 내 소비자에게 피자집이 노출된다. 깃발 하나의 가격은 8만8000원이다. 깃발이 적으면 상호가 밑으로 내려가므로 박씨는 매달 평균 깃발 12개를 사고 있다.

거액의 비용을 지불한 박씨의 매출은 어떨까.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면 다행이고, 적자를 본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한다. 코로나 때 수많은 배달 전문 피자집이 입점하면서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배달앱 안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광고료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외식업주로서 수수료 부담이 커져도 어쩔 수 없이 배달앱을 이용해야만 한다. 박씨는 “배달앱이 독과점한 상황에서 수익은 절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배달앱을 없애고) 자체 배달 인력을 구하려 했지만, 높은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결국 포기했다. 이참에 배달 라이더로 전향하는 게 나을까 싶다”고 한탄했다.  

경기 평택시에서 닭발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42)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씨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배달이 약 20%를 차지한다. 이익을 계산해 봤다. 월평균 매출 1100만원 중 배달앱 광고료·수수료·대행료 등으로 약 200만원이 빠진다. 재료비 500만원, 포장비 등 40만원을 제하면 남는 돈은 360만원대다. 여기서 건물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 등을 빼니 수익은 더 줄어든다. 김씨는 “육아 등 다섯 식구가 함께 살아야 할 생계 유지에 필요한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배달앱에 내는 수수료는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면서 “수수료가 늘어나면 결국 음식값을 올려야 한다. 배달앱을 없애고, 테이블을 더 늘려 손님을 유치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를 더 어렵게 만드는 건 배달 시스템의 변화다. 배민은 1월17일 ‘배민1 플러스’를 출시했다. 배민1의 한집배달과 알뜰배달 두 서비스를 묶은 시스템이다. 배민 1플러스로 주문을 받을 때마다 세 종류의 비용을 배민 측에 지불해야 한다.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중개 수수료(판매 금액의 6.8%), 배달비(3000원대), 카드수수료(1.5~3%)가 한 번에 빠져나간다. 약 6000원을 배민이 가져가는 셈이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배민이 ‘가게 배달’ 광고를 일부러 작게 해 배민 1플러스로 소비자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배민의 심각한 횡포다. 소비자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분하지 못한다. 고객에게 수수료가 얼마인지, 배달은 또 누가하는지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앱 3사 “현재의 수수료에 문제 없다”

물론 배달 플랫폼 업체의 생각은 이들과 다르다. 배민 관계자는 “정률제는 이미 예전부터 적용한 상품 모델이다. 회사는 배민1 출시 때인 2021년부터 한 번도 수수료율을 올리지 않은 채 6.8%를 수취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배달앱 중 가장 저렴한 수수료율(타사 9~11%대)이다.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배달비의 경우는 라이더의 배달료다. 결제 수수료 중 일부도 카드사에 지급된다”고 해명했다. 쿠팡이츠 측은 “신설된 스마트 요금제는 자영업자가 부담한 배달비를 기존 5400원에서 1900~2900원으로 낮춰 최대 3500원이 절약 가능하다”고 했고, 요기요 측 또한 “2014년부터 수수료를 인상한 적 없다. 2018년 오히려 1만원 이하 수수료 면제를 통해 1인분 메뉴 활성화를 도와 자영업자의 추가 이익 창출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설명은 달랐다. 시장은 이미 독과점이기 됐기에, 자영업자들이 어쩔 수 없이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배달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토로한다. 점주뿐만이 아니다. 소비자 또한 불만이 적지 않다. 주문과 이용이 편리해진 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배달료는 이전보다 더욱 비싸졌다. 이렇듯 배달앱 독점에 따른 횡포는 자영업자를 넘어 이젠 소비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19일 배민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폐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제정을 공식화했다. 업체 간 경쟁 속에서 자영업자와 소비자 보호가 어려워진 만큼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7.1%가 플랫폼으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봤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그럼에도 배달앱 등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규율할 입법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플랫폼 갑질을 막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폐기됐다. 현 플랫폼법 입법 또한 업계의 강한 반발로 무기한 연기됐다. 입법 규제로 대응하겠다던 거래상 지위 남용 등 독과점 문제에도 손을 놓고 있다. 향후 플랫폼법 제정이 재추진되더라도, 법안의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월26일 소상공인연합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공정촉진법 제정 등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공정위, 피해 구제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

전문가들은 배달앱의 독주와 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개입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과도한 수수료 부과나 부당한 차별 등에서 자영업자를 구제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배달앱 등 플랫폼 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사용자의 비용은 적어지고, 효율은 높아지는 독점적인 성격을 갖는다”면서 “규모가 커질수록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높은 수수료로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 이전에 가맹점주를 보호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막기 위해 ‘가맹법’이 만들어졌듯, 시장에서도 공룡 배달앱을 관리·감독하는 법 제정이 시급한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실패가 예견된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를 즉시 멈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앱 시장의 경우 과점 상태다. 공룡 플랫폼만 살아남았다. 이들은 모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다”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에 문제가 있는지 등은 정부가 점검해야 한다. 문제가 없어도, 미연의 방지 목적으로 주도면밀하게 관련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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