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부터 설훈까지, 브레이크 없는 민주 ‘탈당 러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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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모드 돌입 후 석 달간 9명 이탈…주로 이재명 직격
‘컷오프’ 홍영표도 “새 정치 고민하는 분들과 뜻 세우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대문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대문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계파 갈등으로 인한 현역 의원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불리는 공천 논란이 격화하면서 의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약 3개월 동안 민주당 현역 의원만 9명이 탈당한 가운데, ‘친문(親문재인) 좌장’ 홍영표 의원 등 당의 공천배제(컷오프)에 반발한 이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홍영표 의원이 29일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컷오프 결정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며 다음주 중 탈당을 시사했다. 홍 의원은 “전략공천으로 지정할 이유가 없는 멀쩡한 지역을 전략공천지역으로 묶더니, 경선도 없이 저를 배제했다”며 “도덕적 문제도, 본선 경쟁력도 문제가 없다면서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은 홍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 그를 대신해 영입 인재인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친명계’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이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그는 “민주의 원칙과 명분도 사라졌다”며 “민주당이 지켜온 정신과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재명을 위한 시스템 공천’만 앙상하게 남았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거꾸러뜨리고 흔드는 윤석열의 검찰독재와 이재명의 사당화에 맞서 싸우겠다”며 “윤석열과 이재명을 지키는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을 지키는 정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 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이날 임 전 실장은 당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에 자신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인 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실장, 윤영찬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 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이날 임 전 실장은 당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에 자신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인 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실장, 윤영찬 의원. ⓒ연합뉴스

탈당 의원들의 공통분모는 ‘이재명 사당화’ 반발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한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이날 기준 민주당에선 총 9명의 현역 의원이 당을 떠났다. 하위 평가 통보를 비롯해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최근 열흘 사이에만 현역 5명이 도미노 탈당을 했다. 대부분 ‘이재명 사당화’과 총선 공천 결과에 따른 반발이 이유였다. 비슷한 기간 국민의힘에선 비례대표였던 권은희‧허은아 등 현역 의원 단 두 명만 탈당했다.

민주당 탈당 시동은 지난해 12월3일 이상민 의원이 걸었다. 줄곧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를 직격해 온 이 의원은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변질됐다”며 탈당,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1월10일 민주당 내 혁신을 주장하던 비명계(非이재명계) 모임 ‘원칙과상식’을 함께 한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민주당을 떠났다. 이들 역시 이재명 대표 중심의 ‘방탄·패권·팬덤 정당’을 비판하면서 “지금 이재명 체제로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튿날인 11일엔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이낙연 전 대표도 오래 몸 담았던 당을 떠났다.

2월 들어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현역 하위 평가자들에게 결과를 통보하고 공천배제(컷오프)를 발표하면서 탈당 의원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19일 4선의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하위 20% 평가 사실을 공개하며 탈당했다. 사흘 후인 22일엔 자신의 지역구 서울 동작을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돼 사실상 컷오프 된 이수진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강하게 저격하며 역시나 탈당했다.

이어 박영순 의원과 설훈 의원도 하위 20% 평가에 대해 반발하며 각각 27일과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떠났다. 이들은 자신이 비명계여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이재명 사당화’를 언급했다. 박 의원은 탈당 후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 설 의원도 무소속 출마와 새로운미래 합류 가운데 막판 고심 중이다.

전날인 28일에도 민주당 탈당 의원이 나왔다. 울산 북구를 지역구로 가진 이상헌 의원은 민주당과 진보당이 야권 연대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윤종오 진보당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데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공천 과정에서 당내 파열음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비명계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영표 의원을 비롯해,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배제 돼 당을 향해 재고를 요청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탈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이들의 의사를 반영할 의지를 크게 보이지 않고 있다. 비명계의 반발과 탈당 행렬에 대해 이 대표는 전날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면서 “질 것 같으니까 경기를 안 하겠다는 모습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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