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윗선’ 강제수사 착수…‘위기의 대통령’에 쏠리는 눈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9 12: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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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위기의 대통령》 출간
"文-尹 균열의 결정적 사건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 사태’"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윗선’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정원두)는 3월7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생산한 지정기록물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피의자들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지 49일 만에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와 맞물려 3월초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의 신간 《위기의 대통령》이 출간됐다. 함 원장은 ‘대통령학’에 천착해 왔다. 1997년 한국 최초로 대학에서 ‘대통령학’ 강좌를 개설한 바 있는 함 원장은 현재 ‘한국 대통령학 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함성득 원장은 《위기의 대통령》에서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그 요인을 분석했다. 책에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지목한 민감한 부분이 다수 수록돼 있다. 물론 이 내용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함 원장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당시 집권 세력 관계자들과 검찰총장직을 사퇴했던 윤석열에게까지 궁금한 사항들을 직접 질문했다. 그 사실을 이제는 용기 있게 세상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

함성득 원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 사태’를 강조했다. 두 사건에는 문재인·윤석열이라는 전·현직 대통령이 깊숙이 관련돼 있다. 또한, 3월3일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4·10 총선에 뛰어든 조국 전 민정수석(현 조국혁신당 대표)도 빠질 수 없다. 두 사건 모두 재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재판 결과의 후폭풍은 또 한번 우리 사회를 요동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지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었다. 당시 청와대 고위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울산에서 서울로 이첩하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을 검찰 수뇌부에 전달했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절친”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함성득 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원칙대로 울산에서 서울로 옮겨오게 했다”면서 “문 대통령과 친문 실세들, 청와대 참모, 그리고 여권 지도부 등은 윤석열을 ‘제거해야 하는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2020년 1월 검찰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 주요 핵심인물 13명을 기소했다. 이후 2023년 11월, 1심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황 전 청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백 전 민정비서관과 박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할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라고 지적했다.

함성득 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의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사가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담당 수사팀에서는 임종석과 조국도 증거가 충분하니 함께 기소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윤석열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임종석과 조국을 기소하면 야당에서 2020년 4월 총선거 전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주장할 것이 명백해지고 검찰의 수사가 총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피하려고 윤석열은 이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 여부는 2020년 4월 총선거 후로 연기했다.”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체제가 들어섰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2021년 3월4일 사퇴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결국 추가 기소를 포기했다.

“추미애 지휘하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칼날은 무뎌졌다.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은 서울 및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 2021년 4월9일, 이 사건과 관련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조국 전 민정수석, 임종석 전 비서실장, 그리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은 윗선으로 지목된 임종석과 조국 등을 불기소 처분하며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하지만 현재까지 확인한 진술과 물증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고검은 지난 1월18일 조국 전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이와 관련해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당시 울산시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함성득 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총평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보다도 대한민국의 발전에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주동 세력이 과거 민주주의 파괴의 주역이었던 총칼을 든 군부가 아니라 1987년 민주화의 주역이었고 합법적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핵심 실세들을 포함한 진보 세력이기 때문이다. 범죄행위가 사실이라면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실세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진보 세력의 위선적이고 불법적 행위들은 대한민국의 ‘성숙으로 가는 민주화 여정’을 끝장낼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이 사건이 전면 재수사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불행한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진실과 역사의 왜곡이 ‘잠시’는 가능할지 모르나 정의는 언젠가는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2014년 7월27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송철호 울산남을 후보가 동평물놀이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尹과 독대 후 조국 수사 사실상 승인”

함성득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한 출발점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다. 정치인 윤석열이 잉태된 출발점도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라면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단독으로 만난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을 전후해 벌어진 일의 본말을 자세히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6일 금요일 오후 태국·미얀마·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청와대에서 윤석열과 단독으로 만나서 저녁을 같이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간의 단독 만찬은 친문 핵심 실세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반대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과 그의 가족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윤석열의 설명을 다 들은 대통령은 “그럼 조국 수석이 위선자입니까?”라고 물었고 윤석열은 “저의 상식으로는 조국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의 부인 정경심을 기소하겠다”고 보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윤석열은 “법리상 그렇게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윤석열의 대답을 묵시적으로 용인했다. 윤석열의 의사를 존중했고 사실상 승인한 것이다. 윤석열을 단독으로 만난 후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참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가 끝난 후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에게 자진 사퇴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친문 핵심 실세들이 ‘조국 구명’을 위해 문-윤 독대를 철저히 은폐했다는 것이 함성득 원장의 주장이다.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을 단독으로 면담한 사실을 노영민 비서실장, 윤건영, 양정철을 비롯한 친문 핵심 실세들, 이해찬 당 대표, 조국 등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이 만남의 정치적 파장이 너무나 컸기에 알려지면 조국을 지키기는 데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했다. 이를 두려워한 이해찬과 윤건영은 이 만남 자체를 여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에게도 철저히 감췄다. 정치적 이득을 얻거나 조국과 연관된 자신들의 정치적 약점을 감추기 위해 그들은 조국 지키기에 앞장섰고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난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들은 국가의 이익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에는 관심이 없었다. 조국이 자신들의 청탁과 편의를 많이 봐주었으니 이번에는 어려움에 처한 조국을 자신들이 지켜줘야 한다는 조폭 또는 공범 논리에 빠져 버렸다.”

함성득 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설도 자세히 소개했다.

"이러한 과정(친문의 조국 구명 활동)을 알게 된 윤석열은 9월8일 오후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해서 '조국을 임명하면 저의 조국 수사 의견에 대한 불신임이니 저는 사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건영과 비선 실세들은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감히 정면으로 도전했다고 나중에 비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조원 민정수석과 한 통화는 만약 조국을 임명하면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이니 자신은 이를 불신임으로 받아들이고 사표를 내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인데, 최강욱 등은 이를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교묘하게 말의 본질을 바꾼 것이다."

함성득 원장은 조국 사태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쌍두마차는 현실에서는 공존·상생할 수 없었다. 쌍두마차는 대통령만의 낭만적 생각이었다. 쌍두마차가 충돌하면서 대통령의 정치적 추락이 시작됐다. 흔히 이를 정치적 운명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 우월성에 기초한 자신감 또는 교만에 기인해 종종 민심의 흐름을 무시했다. 조국 사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자신의 조국을 임명하면서 판단을 잘못했다고 진솔하게 사과했어야 했다. 사과한 후에는 이해찬 대표 및 이인영 원내대표 등 여당의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노영민 비서실장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론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국론 통합의 상징이 됐을 것이다."

한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과 600만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와 검찰 모두 상고해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지난 2월말 라디오에 출연해 "대법원 판결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루만 하게 될지, 1년을 하게 될지, 파기환송 절차를 거쳐서 3년을 하게 될지 나도 모른다"며 "만약에 국회의원직을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나의 동지들이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3년형을 받은 황운하 의원(대전 중구)은 3월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 황 의원은 '조국혁신당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당과 상의하겠다"며 4.10 총선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경기 하남갑 후보로 전략공천됐고,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민주당에 영입인재로 발탁돼 전북 전주을 후보로 나선다. 이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9월 조국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을 '전두환 하나회'에 빗대어 비판해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결국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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