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질주에 탑승한 두나무‧빗썸…‘1호 상장’ 누가 먼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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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사상 최고가에 가상자산 거래소도 ‘훈풍’
빗썸, 2025년 IPO 추진…지배구조‧실적 변수
‘국내 1위’ 두나무는 “계획 없다”…추정 몸값은 5조원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향해 내달리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훈풍이 돌고 있다. 각 거래소의 일간 거래량은 2021년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됐고, 이들 거래소 종목에 대한 비상장 주식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양대 산맥은 업비트와 빗썸이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은 99%다. 최근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양성화 논의가 본격화할 조짐이라, 거래소 주식의 상장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양대 산맥은 업비트와 빗썸이다. ⓒ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양대 산맥은 업비트와 빗썸이다. ⓒ연합뉴스

‘국내 1호 상장 거래소’ 타이틀 경쟁, 먼저 시동 건 빗썸

6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장외주식 체결 평균가격은 13만8000원을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전날에는 14만4000원까지 올랐다. 한 달 사이 절반 넘게 상승했다. 빗썸코리아도 전날 16만5000원까지 올라 같은 기간 5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투심이 쏠리면서, 거래소의 기업공개(IPO) 작업에도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먼저 시동을 건 것은 빗썸이다. 빗썸 측은 “2025년 말까지 IPO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정하고 코스닥 시장 상장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빗썸 측의 계획대로 IPO가 추진되면 가상자산 거래소 ‘1호 상장’ 타이틀을 얻게 된다.

다만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억원 이상, 단기순이익 20억원 이상 등 외형적인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아직 채우지 못했다. 빗썸은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 행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해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잡한 지배구조도 변수다. 빗썸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3.56%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빗썸홀딩스고, 빗썸홀딩스의 대주주는 지분 34.22%를 확보한 비덴트다. 비덴트를 제외해도 나머지 65.58%를 싱가포르 법인 DAA(29.98%), BTHMB홀딩스(10.7%), 기타(25.10%)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빗썸은 한 때 “실소유주가 여러 명”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빗썸은 IPO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이 전 의장은 공식적인 빗썸의 대주주이자 실소유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단 이 전 의장의 사법리스크가 걸림돌이다. 이 전 의장은 1100억원대 사기혐의와 관련해 1, 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지난 1월 검찰이 상고를 결정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업비트 대주주인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의장(왼쪽부터) ⓒ두나무·빗썸
송치형 두나무 회장(왼쪽)과 이정훈 빗썸홀딩스 전 의장 ⓒ두나무·빗썸 제공

美코인베이스 넘보는 업비트…“아쉬울 것 없다”

반면 두나무는 ‘느긋한 편’이다. 경쟁사가 상장에 먼저 시동을 걸었지만, “IPO 추진 계획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상장을 한다는 건 투자금을 통해 자금력을 키운다는 의미인데, 두나무 입장에서 그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란 평가다. 두나무의 순자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조5000억원 수준이다.

미국의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2021년 당시 두나무도 후속 상장을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두나무 측은 이 사실 역시 부인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IPO를 준비한 적도, 앞으로 추진할 계획도 지금으로선 없다”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상장 준비만 하면 IPO 시장 대어로 발돋움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두나무의 추정 시가총액은 5조원대다. 거래량 면에서도 웬만한 해외 거래소를 압도한다. 글로벌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업비트의 일 거래량은 20조원 규모로, 코인베이스의 15조원보다 컸다. 두나무는 2021년 당시 장외 시장에서 54만원에 거래되며 추정 몸값을 17조원 이상으로 키운 바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지배구조나 사법리스크 면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두나무 창업자이자 25.62%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송치형 회장은 1000억원대 자전거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업계에선 업비트가 ‘오너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향후 적극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서 시장 전체에 자금이 많이 유입된 상태고, 국내에서도 총선을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 양성화를 위한 논의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그 영향으로 거래소들의 기업 가치도 재평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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