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흐르는 ‘탄핵의 강’과 ‘조국의 강’…與野, 이번엔 정면 돌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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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근혜 변호사’ 유영하‧도태우 공천에 與일각 반발
민주, ‘뜨는’ 조국과 거리 좁히기…“강 속으로 도로 잠수” 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뒤 환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뒤 환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당의 4‧10 총선 공천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과거 어렵사리 건넜던 정치적 ‘강’을 다시 맞닥뜨리게 되었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을 잇따라 공천해 ‘탄핵의 강’을 소환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거리를 좁히며 ‘조국의 강’ 딜레마에 놓였다. 총선 승패를 좌우할 승부처에서 중도층 확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이자 복심인 유영하 변호사를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구 달서갑에 공천했다. 해당 지역 현역인 홍석준(초선)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이어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외치고 지난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도태우 변호사도 보수 텃밭인 대구 중남에서 현역 임병헌 의원을 꺾고 출마를 확정했다.

이러한 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안팎에선 우려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준석‧김종인 체제를 거치며 간신히 건넜던 ‘탄핵의 강’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 끌어안기’로 보수층을 보다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민주당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수도권 등에서 중도층의 반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친박 인사들의 공천으로 최근까지 ‘조용한 공천’을 이어오던 국민의힘 일각에서 반발도 이는 모습이다. 유영하 변호사에 밀려 컷오프된 홍석준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공천이 깨졌다. 시스템 공천은 거짓말”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6일 취재진에 “경선도 아니고 현역을 밀어내며 친박 인사를 텃밭에 공천한 당의 결정이 다소 아쉽다”며 “이들 공천으로 인해 ‘탄핵’ 단어가 다시 오르내리는 것부터 이미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조국 ‘느슨한 연대’에 기대와 우려 공존

민주당은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과 부쩍 거리를 좁히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정식 창당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그간 연대에 선을 긋던 민주당 지도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표과 조국 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총선에서의 협력을 다짐했다. 이 대표는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 주위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 대표도 “민주당은 넓은 중원으로 나가 중도표와 합리적 보수표를 끌어오고, 지역구에서 1:1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러한 연대는 범야권 표심을 결집시켜 새로운미래나 개혁신당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단속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선명성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조국혁신당과의 느슨한 연대가 지지율 하락세인 민주당으로서도 나쁠 것 없다는 게 양당 지도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다시 ‘조국의 강’이 소환되면서 자칫 중도 민심도 잃고 비례 의석은 조국혁신당에 빼앗기는 등 민주당에 악영향이 더 클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조국의 강이 재현될 경우 민주당의 주요 총선 구호인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퇴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과거 ‘조국 사태’로 큰 홍역을 치렀다. 그 과정에서 중도층이 이탈하고 매 선거마다 쟁점으로 부상해 민주당에 부담을 줘왔다. 이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지난 민주당 지도부는 번번이 사과의 뜻을 밝히며 민심 회복에 몰두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에 민주당 친명과 조국혁신당 측에선 “조국의 강은 다 건넜다” “조국의 강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조국의 강을 다 건넜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가족에게 얼마나 폭압적으로 도륙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라며 “만약에 조국의 강이 문제였다면 4년 전에 민주당이 180석을 어떻게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조국의 강인가 윤석열의 강인가”라며 “사과 하나 만원을 조국이 만들었나. 2000명 의대 증원을 위해서 8000명 의사 면허를 박탈하겠다는 것도 조국이 했나. 지금 대한민국이 건너야 될 강은 조국의 강이 아니라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대표도 “나는 강이 아니다. 윤석열의 강을 건널 뗏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개혁신당은 각각 ‘강’을 소환한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조응천 최고위원은 전날 회의에서 “여기 앉아있는 금태섭 최고위원과 제가 그토록 싸워서 건너려고 했던 것이 바로 조국의 강이었다. 민주당은 그 조국의 강으로 아예 풍덩 빠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김종인 위원장이 밀고 이준석 대표가 당기며 건너왔던 탄핵의 강 속으로 다시 잠수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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