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부동산] 고령화·저성장 시대, 재테크 개념도 변해야 한다
  •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l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2 11: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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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동산 자산 비중 71%…미국(29%)·일본(36%)과 차이
레버리지 통한 아파트 매입, 더 이상 안 통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관리가 대한민국의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라는 판단이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사안을 중심으로 문답을 통해 부동산 자산 현황을 파악하고 자산관리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한국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고령화될수록 부동산 자산 비중도 커져

Q 우선 자산관리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가계는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 또한, 부동산 비중은 얼마나 높은 상황인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전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2700만원이다. 이 자산 중에서 부채는 9186만원이다. 따라서 순자산은 4억3541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부동산이다. 전체 가구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71%에 달한다.

Q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과도하게 높다. 미국은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 비중이 29%에 불과하다. 한국의 71%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적다. 오랫동안 부동산 가격 하락을 경험한 일본은 비금융자산(부동산 포함) 비중이 36% 수준이다. 영국은 46%, 캐나다는 42%다.

Q 자산 구조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차이가 큰가.

연령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부동산 자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30대는 부동산 자산을 2억원 보유하고 있다. 반면 60세 이상의 부동산 자산은 약 4억3000만원으로 30대와 비교할 때 2배 이상 격차를 보인다. 비중으로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30대는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3%인 데 반해 60대 이상은 78%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부채를 제외한 순부동산 비중을 계산하면 30대는 57%, 40대는 72%, 50대는 74%, 60세 이상은 81%다. 고령화될수록 부동산 자산 비중이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령세대로 갈수록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Q 60세 이상 가구주들의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고령화될수록 오히려 부동산 자산을 늘려 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소득 감소로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은 줄어들면서 부동산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2인 이상 가구의 경상소득을 살펴보면, 60세 이상이 되면서 소득이 50대 대비 3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Q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소득은 낮아지고 부동산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인데, 경제 전체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우선 예상되는 변화는 가파른 소비 감소다. 소득이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소비가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60세 이상이 되면 가계 지출이 평균 34% 감소한다. 처분가능소득 감소(27%)보다 소비가 더 빠르게 감소한다. 2022년 기준 민간 가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46%)에 조금 못 미친다. 부동산 비중이 높은 고령세대 비중이 증가할수록 소비는 더 빠르게 감소하고 그에 따라 GDP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Q 부동산 비중이 높은 고령세대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가.

가장 시급한 것은 노후와 은퇴 준비다. 60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340만원이다. 소득 없이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에서 지출한다면 27개월밖에 쓸 수 없다. 결국, 한국 가계의 자산관리와 노후준비 핵심은 부동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도한 부동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 불가피한 변화다. 부동산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매도하고 고가 아파트에서 중저가 아파트로 줄이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Q 가계뿐 아니라 과도한 부동산 편중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무슨 일은 해야 하는가.

자산 재편을 통한 급격한 부동산 시장 경착륙, 즉 고령세대가 급격하게 자산을 매각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을 줄여 나가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을 줄이면 시장을 통해 부동산 자산 비중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정책자금을 줄이고 주택 가격 하락을 용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Q 고령세대가 부동산 줄이기에 나선다면 부동산 시장에도 과거와 다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나.

60세 이상이 보유한 아파트의 매도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의 매도 물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높은 연령대의 투자비율이 높다. 재건축 아파트의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 투자처로 선호되던 지역들에서도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 투자보다 주거 목적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달 수익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해야

Q 부동산에 집중된 가계자산의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변화에서 개인과 가계는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고령화되고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둔화할수록 부동산 자산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저성장으로 갈수록 자산관리와 재테크 개념도 달라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성장하는 시대에는 레버리지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가격 상승을 통한 자산 증대가 중요했고 유효한 투자 방법이었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성장 시대에는 지속적인 투자관리를 통해 복리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투자이익을 다시 투자해서 눈덩이를 굴리는 방식의 투자와 자산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그동안은 가격 상승이 기대됐기 때문에 주택연금을 통해 매달 지출만큼 연금을 받는 방식이 적절했다. 그러나 향후에는 아파트를 매도한 후, 매달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월등한 자산관리 방식이 될 것이다.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변화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현상에 더욱 주목한다면 향후 한국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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