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재명, 서로 방탄…‘진짜 민주당’ 재건해 ‘상식’ 되돌릴 것”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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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만흠 새로운미래 정책위의장
“정책 키워드는 ‘포용’…이낙연, 품격 있는 행보로 이재명과 차별화”
“민주연대, 목적·방향성 일치해 시너지 기대…개혁신당은 명분 달라”

최근 ‘이재명식 공천’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줄 탈당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진짜 민주당’을 기치로 내걸고 야권 대안세력을 자처하고 나섰다. 거대 양당 사이, ‘새로운미래식(式) 아젠다’를 설계하는 핵심 인물은 국회 입법조사처장 등을 역임한 ‘정책통’ 김만흠 새로운미래 정책위의장이다. 김 의장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민주당’이 망친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기 위해, ‘포용’과 ‘원칙’을 바탕으로 ‘상식’을 되돌리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본인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적대적 공생’으로 방탄하고 있다”고 직격하며 “진짜 민주당을 재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포용’을 키워드로 한 정책공약들에 대해 소개하며 “총선까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당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성사된 홍영표·설훈 의원 등 ‘민주연대’ 세력과의 통합 추진에 대해선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통합 때와는 다른 기류”라며 “공통 시각을 가진 만큼 성공적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만흠 새로운미래 정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만흠 새로운미래 정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낙연 대표 손을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그동안 정치개혁과 관련한 자문들을 이어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포퓰리즘의 정치 전쟁’과 ‘종교화된 진영 정치’ 현상의 심각성을 느꼈다. 이낙연 대표도 관련해 공감을 많이 하고 이야기가 통했다. 뜻이 맞기에 제가 도와드리고 싶다고 했고, 당내에서 정책위원장직까지 맡게 됐다.”

노동·교육·돌봄·국방 등 6개 분야별 1호 공약들을 발표했다.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포용’을 중심으로 현실성 있고 극단적이지 않은 정책들을 개발했다. 개혁신당의 정책들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불분명하고, 특정 목적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사람들이 ‘갈라치기’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었다.”

양당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 나선 만큼, 정치개혁 정책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양당이 독점하는 불량정치 문제를 변화시키고 싶다. 우리나라 정당 체제는 ‘불만의 양당제’와 ‘불안한 다당제’의 연속이었다. 양당제에 대해선 국민들의 불만이 많았고, 오히려 새로운 당이 태어났을 때 국회 운영이 잘 이뤄졌다. 지난 2016년 탄핵 정국에서도 국민의당 등장으로 역동성 있게 국정농단을 심판할 수 있었다. 다만 다당제는 현 제도권에선 유지가 어렵다. 큰 정당에 유리한 ‘부익부 빈익빈’ 제도가 만연해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양당 기득권에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을까.

“일례로 공직선거법 150조의 선거 투표용지 ‘기호 순번제’가 있다. 현행 지역구 투표에서의 ‘번호-정당-후보자’ 순서의 투표용지는 후보자 개인의 자질이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는 거대 당에 프리미어를 주는 특혜다. 군소정당이나 신진 세력에 불리한 것이다. 투표용지에 정당 번호가 붙은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와 독일밖에 없는 만큼, 번호를 없애야 한다. 또 후보자 순서도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섞어야 한다. 관련해 국회 정개특위에서도 재차 역설했지만, 의원들도 자기들의 이익을 고려해 최종안에선 해당 내용을 삭제해왔다.”

양당 기득권 타파가 실현되지 않은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정치 제도는 하나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엮여서 작동하는 것이다. 이를 관통하는 핵심 키는 ‘제왕적 대통령제’다. 우리는 당이 아닌 제왕적 대통령이 집권하는 체제인 만큼, 권력 분립이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정치도 대통령을 둘러싼 대권 싸움이 가장 큰 화두로 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걸 바꾸자는 것엔 상당수가 공감하는데, 결국 개헌하고 맞물려 있으니 실행은 못하고 식상한 주제가 돼버리는 것이다. 최근에도 국회의장들이 임기 첫 과제로 대통령제 개헌에 몰두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공허한 소리가 돼버리고 말았다.”

정치개혁을 어떻게 실현 시킬 수 있나. 새로운미래가 제시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핵심은 ‘기득권 포기’다. 이를 위해선 당 차원을 넘어 국회 전반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일단 당 내부에선 자발적으로 특권에 대해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계속 논의, 시행하고 있다. 공천 방식에서 후보자 공모 과정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자발적으로 동의 여부를 판단한다는 조건을 넣었다. 또 국회의원이 구속 등 국회 기능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경우 세비를 받지 않고 반납하는 내용도 정치개혁 공약으로 낼 방침이다.”

민주당의 핵심 문제로 꼽히는 ‘팬덤 정치’도 정치권 화두다.

“지금처럼 제1당에서 정치 주류 세력이 팬덤에 기승하는 현상은 사상 초유 사태다. 강하게 말하면, 소위 ‘사이비 종교’와도 유사한 현상이다. 광적인 유사 종교 집단화가 돼버린 셈이다. 여기엔 파시즘이나 나치가 등장했을 때처럼 특정 계층만 있던 것이 아니라, 엘리트층도 참여하고 있다. 결국 민주주의의 이상하고는 정반대가 된 것이다. 본인들의 주장과 반대되는 세력을 척결과 배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자체를 망각하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행보를 두고 ‘자당뿐 아니라 민주주의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직격한 것도 그런 이유인지.

“그렇다. 그동안 정치개혁 입장에 있었던 것이 민주당 쪽이었는데, 오히려 민주당이 제가 그동안 지적해온 문제들을 가장 많이 보여주고 있다. 경쟁 세력을 악으로 보면, 정책적인 의제는 건설적으로 논의될 수 없게 된다. 저희도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방탄 정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사실 이 대표는 본인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도 방탄해주고 있다.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적대적 공생으로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김만흠 새로운미래 정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만흠 새로운미래 정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새로운미래는 ‘진짜 민주당’을 표방한다. 지금의 민주당과 무엇이 다르고, 같은가.

“김대중식 ‘포용’ 노선과 노무현식 ‘원칙’ 정신 아래, ‘상식’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지금 민주당은 정반대 노선으로 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처럼 범죄 혐의를 몇 개씩 받고 있는 사람이 당을 이끄는 등 비상식적 일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선 민주주의를 기본 토대로 한 세력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성장해야 한다. 새로운미래는 품격 있게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포용 노선을 추구하며 ‘진짜 민주당’ 대안 역할을 해낼 것이다.”

개혁신당과 결별 후 홍영표·설훈 의원과 민주연대를 꾸리겠다고 했다.

“개혁신당과의 통합은 처음부터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았다. 각자 출신 진영이나 명분이 달랐다. 이낙연 대표는 민주당을 똑바로 재건하겠다는 기치였던 반면, 이준석 대표는 개혁보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낙연 대표는 품격을 지키려는 쪽이었고, 이준석 대표는 모험을 거는 태도였다. 둘 다 잘 한다면 조화를 이룰 수 있었겠지만, 반대라면 이도저도 안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혹시 선거 국면에서 필요하다면 ‘느슨한 연대’까지만 가능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민주연대’ 통합 과정에 함께하는 민주당 출신들과는 방향성이 일치한다. 지금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당은 민주당이 아니고 상식에 어긋난다. 김대중의 포용 노선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의 평균적 도덕 수준과 맞아야 하는데 훨씬 심각하다는 인식을 함께 한다. 결국 우리의 공동 목표는 ‘민주당 재건’이다.”

통합 과정에서 ‘총선 지휘권’ ‘당직 인선’ ‘공천 조율’ 등이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총선까지 약 30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어차피 바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기 때문에 당직 등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 선거가 끝난 후 정치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이낙연 대표도 지휘권과 관련해 ‘충분히 희생할 자신이 있다’고 말해왔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하셨던 ‘같이 살려고 할 때는 상대한테 7을 내주고 본인은 3만 갖는다고 생각해라‘는 정신도 있다. 이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이낙연 대표가 전략적으로 당대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낙연 대표 본인이 대표직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정당 전략에 도움이 안 되니, 그런 차원에서 대표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 우리 내부에서 주도권 싸움을 한다면 정비된 선거 준비가 아닌 ‘권력투쟁’으로 국민들에게도 비쳐질 수 있다. 또 이낙연 대표가 주도했던 이미지를 이어가야 호남을 부흥하는데 있어서도 효과적이다. 어차피 선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만큼,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모드로 가는 등 여러 방식이 논의될 것이다.”

총선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양당의 대안으로서 새로운미래가 반드시 해야 할 것은.

“당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그동안 계속 세력 통합이나 인사 합류 문제로 국민들에게 혼선을 줬던 만큼, 이제는 자리를 잡고 국민들에게 정당 자체를 인식시키는 것이 과제다. 또 관성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당원들에게도 ‘이재명의 민주당’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시켜줄 변곡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방탄에 매몰되지 않고, 시대 변화에 따라 미래 비전을 품격 있게 제시하는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거대양당 대표인 ‘한동훈-이재명’ 리더십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재명 대표 쪽에서 ‘막장 사천’으로 위기를 초래한 만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상대적으로 득점하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가고 있었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문제가 돌출됐을 것인데 오히려 기회를 줘버린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미지 측면에서만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꽤했지, 결국 집권 여당 대표로서 국정운영 방식 자체까지는 바꾸지 못했다. 또 정무 외의 ‘미래 의제’가 화두로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도 시험대에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피할 수 있도록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자충수를 넣어버린 셈이다.”

마지막으로 총선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민주화 이후 역대 최악의 정당 정치 상황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독과점 체제의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선 새로운 세력의 역할이 힘을 발휘해야 된다. 그 역할을 새로운 미래가 해보고 싶다. 이낙연 대표도 ‘양보’와 ‘포용’을 기치로 이재명 대표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의 적대적 양당 세력 대신, 새로운 세력에 국민들이 주목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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