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업무 간호사에 전가…의료사고 우려 높아”
  • 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mka927@naver.com)
  • 승인 2024.03.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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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환자 안전과 양질 의료서비스 제공에 역행”
“간호사도 의료사고 소송에 노출…정부, 사회적 대화 나서야”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간호사 등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간호사 등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에 한시적으로 의사업무의 일부를 위임한 것을 두고 의료 현장에서 “의료사고 유발 우려가 높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8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간호사에 의사 업무를 대폭 허용한 정부 지침에 대한 입장문을 내며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발생한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비상대책이라고 하지만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르면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행위 중 엑스레이, 관절강 내 주사, 요로전환술, 배액관 삽입, 수술 집도,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해 결국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이 골자”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 생명과 직결된 고난도, 고위험 시술까지 간호사에게 무제한으로 허용해 환자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이럴 거라면 차라리 간호사에게 의사면허를 발급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장의 진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시범사업이라고 해도 정부는 간호사의 업무범위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이고, 업무범위 결정권은 의료기관장에게 맡겨진다”며 “이렇게 되면 업무범위의 혼란과 진료의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환자 안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역행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의료법에 의사와 간호사의 자격과 면허를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의료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특수분야이기 때문”이라며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사고 소송은 의료기관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제기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장이 법적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의사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도 소송을 피할 수 없다”며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간호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의사 업무를 수행하며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대리 처방 ▲동의서·의무기록 대리 작성 ▲대리 처치·시술 ▲대리 수술 ▲대리 조제 등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각 의료기관별로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환자 생명과 직결된 의사업무를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도록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필수∙지역∙공공의료 붕괴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의사단체들이 사회적 대화 제안을 수용하면서 국민을 위해 의료현장에 복귀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때 진료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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