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전 서울청장 “도의적 책임 인정…형사책임은 없어”
  • 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mka927@naver.com)
  • 승인 2024.03.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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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1년5개월 만에 첫 재판 열려
류미진 총경·정대경 경정도 혐의 부인
유가족협의회 “준엄한 법의 심판으로 단죄해야”
11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서울서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업수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과 참사 당일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자였던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과 정대경 전 112상황3팀장(경정)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김 전 청장은 핼러윈 축제 전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발생 위험성을 내부보고 등을 통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경비기동대 배치 등 관련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이태원 참사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참사 발생 후 1년5개월 만에 법정에 선 김 전 청장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당시 사고 소식을 보고받자마자 현장에 나와 최선을 다했으나 보고 받은 시점에 이미 너무 늦어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도 “사고로 큰 인명 손실이 있었고 피고인이 서울경찰청장이었다는 것만으로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를 예측했다거나 예측 가능성이 구체적이고 상당함에도 구체적인 주의 의무를 게을리 했을 때만 공소가 유지될 수 있다”며 “어떤 사고가 발생한 뒤에 쉽게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핼러윈데이가 사람들이 파티를 많이 하는 날이라고 해서 군중 운집과 압사 사고를 예상하고 경찰력을 사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며 “이는 여름철 해수욕장에 사전적으로 경찰력을 대규모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류 총경과 정 경정 측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핼러윈데이에 인파 운집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참사 당일 근무 지정장소가 아닌 청사 내 개인 사무실에서 근무해 112망을 제대로 청취하지 못해 사고를 키운 혐의를 받는 류 총경 측은 “112망은 서울 5개 권역으로 나뉘어 잇는데 검찰 측 논리대로라면 5개 망을 동시에 들었어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휘관으로서 지휘망을 무전 청취하고 있었음에도 청취할 수 없는 112망을 듣지 않은 것을 두고 임무를 해태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참사 당일 112 신고 접수 후 상급자에 뒤늦게 보고한 혐의를 받는 정 경정 측도 “검찰 측이 정 경정의 보고가 늦었다고 주장하려면 얼마 만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 보고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공소장에는 별다른 얘기없이 ‘보고 지연’만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월19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공소 제기 권고를 수용, 김 전 청장 등을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공판기일은 내달 22일에 열린다.

한편, 이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늦었지만 더욱 준엄한 법의 심판으로 김광호를 단죄해달라”며 “철저한 수사와 정의로운 판결로 무고한 젊은이들의 죽임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엄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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