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도 편의점으로 통한다…‘택배 경쟁’ 치열해진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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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편의점, ‘택배 스팟’으로 떠올라…배경은?
10~30대 이용 늘며 반값택배·알뜰택배 급성장
중고거래 플랫폼과 손잡은 편의점…고객 유치전 본격화

편의점이 생필품 판매를 넘어 인쇄, 환전, 출력 등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가장 두각을 보이는 서비스가 있다. ‘택배’다. 특히 ‘반값택배’, ‘알뜰택배’ 등 편의점 간 택배가 10대~30대까지 주로 이용하는 택배 서비스로 떠오르면서 이용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한 매출 상승효과까지 본 편의점들은 중고거래 플랫폼과도 손을 잡고 본격적인 ‘택배 경쟁’을 시작했다.

GS25의 반값택배 ⓒGS25 제공
GS25 반값택배 이용 건수는 2019년 9만 건에서 지난해 1200만 건으로 뛰었다. ⓒGS25 제공

물류 타고 움직인다…운임료 1500원부터

편의점 간 택배 서비스는 편의점의 ‘물류망’을 활용한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접수하면 자체 물류 차량을 통해 인근 물류센터로 가고, 허브센터와 도착지 인근 물류센터를 거쳐 도착하는 방식이다. 최종 배송은 ‘집’이 아닌 ‘편의점’으로 이뤄진다.

물품가액 50만원 이하, 최대 5까지만 접수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고, 편의점에 따라 최대 부피 규격도 정해져 있다. 이 같은 제약에도 독보적으로 여겨지는 장점은 ‘가격’이다. 원래 움직이는 물류를 활용하기 때문에 운임료가 저렴하다. GS25 반값택배의 최저 이용 요금은 1800원, CU가 운영하는 알뜰택배의 배송비는 1500원부터다. 일반택배(3500~4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배송은 권역에 따라 접수일 포함 2~5일 사이에 완료된다.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저온 물류 차량을 이용하는 GS25 반값택배는 주말과 공휴일에도 배송이 이뤄진다. CU 알뜰택배의 경우, 상온 물류가 멈추는 일요일과 설날·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배송이 진행된다.

GS25 반값택배 이용 건수는 2019년 9만 건에서 지난해 1200만 건으로 뛰었다. 지난해 CU 알뜰택배 이용 건수는 서비스를 도입한 2020년에 비해 11배 이상으로 늘었고, 전체 택배 중 알뜰택배 비중도 2020년 1.8%에서 지난해 25.3%로 커졌다. 먼저 시장에 뛰어든 GS25가 편의점 간 택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CU가 ‘업계 최다 점포망’을 무기로 추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예약 서비스는 근거리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는 10~30대가 편의점 간 택배를 주목하게 했다. GS25 반값택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20대(42%)였고, 30대가 39%로 그 뒤를 이었다. CU 알뜰택배는 20대(32.4%)와 10대(24.8%)가 많이 이용했다.

CU는 3월 한달 간 중고나라와 함께 알뜰택배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 중고나라 앱 캡처
CU는 3월 한달 간 중고나라와 함께 알뜰택배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중고나라 앱 캡처

‘접근성’이 최대 장점…중고거래에 활용

특히 편의점 간 택배 서비스는 중고거래와 함께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접근성’이 있다. 아주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면 직거래를 하기 위해 교통비를 들여 이동하는 것보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반값택배나 알뜰택배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접수와 수령 모두 각자의 근거리에서 이뤄지는 데다 거래 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배송 접수 단계에서 물품을 받는 편의점만 기재하기 때문에, 집 주소가 노출될 걱정도 없다. 이 같은 장점 덕에 편의점 간 택배는 최근 중고거래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GS25의 자체 조사 결과, 반값택배 고객의 72%가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편의점이 중고거래 플랫폼과 손을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편의점업계는 중고거래 플랫폼 앱에서 바로 택배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해 이용객을 확보하고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초 GS25는 번개장터와 협업을 통해 번개장터 앱 내에서 반값택배 예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까운 편의점 정보와 배송 현황 등도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도 추가했다.

CU는 3월 한달 간 중고나라와 함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중고나라에서 안전결제로 거래한 뒤 알뜰택배를 보내는 경우, 500~1400원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1월 중고나라와 연동하는 택배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면서 한 달간 ‘반값’ 프로모션을 제공한 바 있다. 편의점간 택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지만, 20㎏까지 동일한 배송비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정식 서비스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CU 제공
CU는 ‘업계 최다 점포망’을 무기로 알뜰택배 활성화에 나섰다. ⓒCU 제공

추가 매출 효과…3명 중 1명이 상품 산다

편의점 택배 서비스가 집객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편의점 간 택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발송인과 수취인이 각각 편의점을 방문해야 한다. GS25에 따르면, 반값택배를 통한 순수 집객 효과는 누적 5800만 명 규모로 환산된다. 특히 이들 고객 3명 중 1명이 일반 상품도 구매하면서 누적 1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 효과를 냈다.

2025년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43조원 규모(한국인터넷진흥원)로 예상되는 등 중고거래가 계속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편의점업계는 중고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한 편의점 택배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GS25는 제주도와 내륙 간 반값택배 서비스를 오픈한 데 이어, 최근 도서 산간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전날 이용자 편의성 등을 고려해 택배 접수 기기인 포스트박스를 재단장했다고 밝힌 CU는 24일까지 알뜰택배 운송료를 300원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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