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종북 논란’에…野 비례위성정당 분열 위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3 10: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미 이력’ 논란에 野지도부도 재고 요청…후보 ‘줄 사퇴’
연합정치시민사회 “민주당 부화뇌동에 강력 유감”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시민사회 몫 후보 선정을 놓고 내홍을 겪는 모습이다.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들이 ‘종북‧반미 논란’에 휘말린 끝에 사퇴했는데,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시민사회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다른 후보들의 자격을 두고도 더불어민주연합과 시민사회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야권 일각에선 야권 비례위성정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3월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 대표,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연합뉴스<br>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3월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 대표,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연합뉴스

‘겨레하나’ 전지예·‘사드 반대’ 정영이 사퇴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후보자 4명 교체를 요구한 가운데, 반미 성향 단체 활동 이력으로 논란이 됐던 전지예, 정영이 두 후보가 전날 사퇴했다. 10일 시민단체 여성 몫 비례 1, 2번으로 뽑힌 지 이틀 만이다.

두 후보는 시민사회 측 주도로 진행된 ‘국민 오디션’을 통과해 시민사회 추천 후보로 선발됐다. 민주연합 합의문에 따라 각각 비례 순번 1번, 17번 배정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전 후보는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여온 반미 성향 단체 ‘겨레하나’ 활동 이력이, 정 후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시위를 주도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활동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에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선 야권 비례대표 후보들의 ‘자격’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이 소수자나 특정 세대, 직능 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 의도’를 갖고 원내에 진입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전날 방송된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야당 시민사회 몫의 비례대표 후보들을 보면 이것은 ‘위장’이다. 시민사회를 참칭해서 국회에 치고 들어오겠다는 것”이라며 “유권자들 기만하는 방식이다. 통진당(통합진보당)에 대한 과거 유권자의 평가는 끝난 건데 지금 민주당에서 이걸 다시 살려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도 총선 ‘악재’를 우려하며 후보 선정 재고를 시민사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듭된 압박에 결국 두 후보는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전 후보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후보로 등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민사회 측에 전달했다”며 “민주진보시민사회의 연합정치 성과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정 후보도 입장문을 통해 “여당의 치졸한 정치공세에 종북몰이의 빌미로 쓰여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감추는 핑곗거리가 되느니 여기서 도전을 멈추고자 한다”고 했다.

 

계속되는 ‘후보 자격’ 논란…시민사회 이탈할까

두 후보가 사퇴했지만, 후보 선정을 둘러싼 잡음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시민사회가 추천한 다른 후보들의 자격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 몫으로 추천된 비례대표 후보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의 이력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해 징역형을 받은 임 전 소장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연합이 시민사회가 추천한 임 전 소장에게 공천장을 주지 않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들의 이력이 도마 위에 오를 경우 여당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민주당 출신인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도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이 자체적인 공천 관리 기준에 의해서 철저하게 검증을 진행한다. 철저한 심사 과정에서 (후보가) 변경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해 공천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후보가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이 비례대표 추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자, 시민사회 측의 반발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이 여당에 ‘부화뇌동’해 후보들을 낙마시키는 것은 ‘비례대표 추천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게 시민사회 측의 불만이다. 야권 일각에선 더불어민주연합이 시민사회 몫의 다른 후보들을 추가적으로 교체할 경우, 시민사회가 민주연합과의 결별을 선언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여당과 일부 수구 언론의 종북몰이는 이견을 가지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국민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겠다는 발상을 드러냈다”며 “시대착오적 종북몰이로 인재의 손발을 묶은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사태를 초래한 민주당의 부화뇌동에도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스스로 세운 국민 후보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