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세례’에 세상 등진 김포시 공무원…김포시장, 직접 경찰서 찾았다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4.03.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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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시장 “막아주고 싸워주지 못해 미안하다”
직접 김포경찰서 방문해 수사의뢰서 제출…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13일 오전 김병수 김포시장이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공무원과 관련해 김포경찰서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포시 제공
13일 오전 김병수 김포시장이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공무원과 관련해 김포경찰서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포시 제공

김포시가 이른바 ‘온라인 좌표찍기’ 등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선택한 소속 공무원의 사건을 경찰에 수사의뢰 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13일 김포경찰서를 방문해 직접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수사의뢰 대상은 신원불상의 네티즌들로, 극단선택한 김포시 공무원 A(39)씨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모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해달라는 게 의뢰의 골자다.

이날 김 시장은 고인과 관련해 “막아주지 못해, 싸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유족에게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마음이 무겁지만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공직사회 민원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사를 통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순직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제도 개선과 민원처리 시스템의 전면 검토에 총력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포시 측은 수사의뢰서와 함께 앞서 온라인 카페에 게재됐던 A씨의 신상정보 공개글,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갈무리해 함께 경찰에 제출했다. 김포시는 “특정 네티즌이 고인의 개인정보를 다수 게시하거나, 민원전화 및 반복적인 게시글을 작성하는 등 이른바 ‘좌표찍기’로 집단민원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5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시 서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 내부에서 김포시 9급 공무원이던 A씨가 극단선택한 채 발견되면서 공론화 됐다. A씨 거주지의 PC엔 ‘일이 힘들다’는 취지의 글이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A씨의 죽음이 악성민원에 의한 것이란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A씨는 지난 2월29일 김포한강로 일대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로 인한 차량 정체 관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모 온라인 카페에 올린 글과 댓글을 통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고 주장하며 A씨의 실명과 부서, 사무실 직통번호 등을 함께 첨부했다. 이에 “멱살 잡고 싶다”, “정신 나간 공무원” 등 악성 댓글이 잇따랐다.

특히 일부 네티즌은 ‘담당자인 A씨가 퇴근해 집에서 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가 보수공사로 인한 차량 정체에도 불구하고 퇴근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A씨는 공사 당일 오전 1시까지 현장에 머무는 등 실제론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업무를 챙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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