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니클로’의 조용한 공습…알리·테무 이어 쉬인도 꿈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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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마케팅 없이 68만 명 확보
美‧프랑스서도 견제…“산업에 악영향”

정부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겨냥해 칼을 빼 든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에 이어 초저가 패션 플랫폼인 쉬인마저 한국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쉬인은 최근 한국과 중국 본사의 커뮤니케이션을 맡을 관리자급 직원 채용을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조용한 행보’를 보여 온 쉬인이 한국 시장에서 발을 넓히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쉬인은 ‘중국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다. ⓒ연합뉴스
쉬인은 ‘중국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다. ⓒ연합뉴스

‘알·테’와 다른 ‘쉬’의 색깔…美 스파 브랜드도 꺾었다

최근 알리나 테무 등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일부 상품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는 전날 범정부 차원에서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특히 알리 등에서 판매돼 논란이 됐던 유해 상품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물품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한데 모아 일명 ‘알·테·쉬’라고 일컫지만, 쉬인의 색깔은 다른 플랫폼과 사뭇 다르다. 알리와 테무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이 모인 오픈마켓 형태로, 주방·생활용품, 의류, 잡화 등을 판매한다. 그와 달리 쉬인은 ‘중국의 유니클로’라 불리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다. ‘패션’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위해 식·의약품이나 청소년 유해 물품 등에 대한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쉬인은 ‘세계의 의류 공장’인 중국 광저우시 수천 곳의 공장을 기반으로 삼아, 첨단 인공지능(AI)으로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 신상품을 만든다. 신상품을 소량 주문해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고, 데이터를 취합해 추가 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줄였다.

통상적으로 의류의 디자인부터 생산까지는 2~3주가 소요되지만, 쉬인은 며칠의 시간만으로 제품 출고 준비를 마칠 수 있다. 특히 5.99달러짜리 티셔츠, 9.99달러짜리 청바지 등 ‘가성비 의류’를 내세운다.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나 H&M 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Z세대 겨냥…소송에도 하루 1000건씩 상품 출시

쉬인은 해외에서 Z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초저가’ 경쟁력으로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내 패스트패션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다. 이는 자라나 H&M 등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 4~5곳의 점유율을 합한 것보다 큰 비중이다. 애플 앱 스토어를 기준으로 54개국에서 쇼핑 앱 1위 자리까지 올랐다.

특히 틱톡 등 SNS를 활용하는 쉬인의 마케팅은 10~20대 여성 고객들에게 주효했다. 쉬인의 물품 박스를 열어보고 옷을 착용하는 영상은 ‘쉬인 하울’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퍼져나갔다. 쉬인은 SNS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을 관리하면서 협찬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쉬인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000만 명 이상이다.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모방을 기본으로 하는 패스트패션의 특성상 수반될 수 밖에 없는 ‘모조품’ 이슈가 주를 이룬다. 최근 일본 유니클로는 쉬인이 자사 가방 디자인을 베낀 모조품을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H&M도 저작권 문제로 쉬인을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소송에도 불구하고,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쉬인의 생산 공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하루 1000건 이상 쏟아지는 새로운 상품의 가품 여부를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쉬인은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유럽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프랑스 여당 의원들은 패스트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하다며 사회‧환경 기준에 미치지 못한 패스트패션 업체의 상품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악역향을 미치는 사례로 쉬인과 테무를 언급했다.

미국에서는 쉬인의 저가 제품으로 인해 자국 내 의류 산업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작년까지 쉬인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 건수는 최소 50건에 달한다.

쉬인은 ‘중국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다. 별다른 마케팅을 선보이지 않았음에도 한국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쉬인은 ‘중국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다. ⓒ연합뉴스

패션분야 직구 비중 늘어…쉬인, 한국 사업 본격화할까

쉬인은 대대적 홍보에 나선 알리 등과 달리 한국에서 별다른 마케팅을 선보이지 않았지만,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쉬인의 이용자 수는 지난해 2월 14만 명에서 올 2월 68만 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구매(직구)에서 패션 분야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쉬인을 주목하게 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4분기 온라인 해외 직구 금액 중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구매액은 91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3%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해외 직구 금액 전체에서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의 비중은 2022년 4분기 40.85%에서 46.77%로 6%p(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최근 쉬인이 한국어를 전공한 관리자급 직원 채용을 시작한 것은 알리와 테무의 성장세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과 중국에서 모델과 촬영 스튜디오를 섭외할 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수수료 협상과 커뮤니케이션 등을 담당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쉬인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한국 내에서도 늘어나면서 쉬인은 ‘조용한 공세’를 시작했다”며 “알리와 테무의 성장세와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지켜본 쉬인이 두 플랫폼과 차별화된 경쟁력인 ‘가성비 패션’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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