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미술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다
  •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4 09:00
  • 호수 179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월22~30일 예술의전당 제7전시실에서 작가 23인의 작품 100여 점 선봬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이 3월22~30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해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9’에서 소개한 작가들이 한자리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비즈한국과 일요신문이 한국미술 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응원하는 이 프로젝트가 벌써 아홉 번째 시즌을 마쳤고, 소개한 작가도 200여 명에 이르렀다.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초심을 돌아보며 미술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새겨본다.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소울황소 작가의 《Dream Energy-Fanta 500》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강희영 작가의 《붉은 덩쿨》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서동진 작가의 《스스로를 가두다》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이재선 작가의 《섬》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오민준 작가의 《간절하게》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남지연 작가의 《걸어가는 사람》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설민기 작가의 《오전 10시》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시간 흐르면서 미술의 역할도 달라져

역사상 인류 최초의 미술은 동굴벽화였다. 구석기 시대에 동굴은 생활 공간이면서 신성한 장소였다. 이들은 이곳에 동물을 그리고 사냥을 나가기 전에 창으로 찌르는 의식을 치렀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냥에 성공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바로 미술의 주술적 기능이다. 인류사가 역사로 기록되기 시작하면서 미술은 종교적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미술이 교육적 기능을 맡았다. 도덕적 기준을 설명하거나 사회적 약속 혹은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자료로 썼다. 과학적 발명품에 대한 설명이나 학문적 성과를 설득하는 데 그림이 효과가 있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춘화도 그런 기능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공산주의나 나치 시대, 그리고 혁명이 빈번했던 19세기 말~20세기 초 미술은 정치적 선전 도구로도 쓰였다. 현재도 그런 기능으로 미술이 쓰이고 있다. 북한의 주체미술이나 우상 숭배 회화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한국에 등장한 민중미술도 그런 성격이 강하다. 자본주의가 번성하기 시작한 현대에 와서 미술은 재화의 기능을 담당한다. 미술시장이 대표적 사례다. 다양한 이념이 백화점처럼 나타난 20세기를 수놓은 현대미술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인간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윤활유였던 셈이다.

이 모든 기능을 넘어서는 것이 장식적 역할이다. 미술은 장식적 요소로 인간의 정신적 배고픔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미술의 장식적 기능은 유효하다. 특히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 현대인에게 위안을 줄 수 있기에 최근 들어 더욱 가치를 발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작가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현대인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이자 존재 이유라고 본다.

그렇다면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어떤 미술언어를 선보일까.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다양한 재료에 실험, 도전하는 작가들이다. 미술사에서 현대미술로 불리는 20세기 회화의 특징은 표현 언어와 영역이 확장됐다는 점이다. 작가의 생각을 담은 많은 주의가 번성했고, 그것을 담는 그릇인 재료의 다양화가 회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금세기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도드라져 회화는 미술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까지 표현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 회화의 텃밭을 기름지게 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에게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재료에 대한 실험과 도전은 전통 재료와 일상용품, 생활쓰레기, 건축자재와 상업용 간판 재료 등 다양하다. 또 재료의 물질적 성격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작가들과 다르게 자신의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써 재료를 선택하고 있다. 이 계열의 작가로는 남지연, 신소라, 서동진, 황승현, 포리심, 김형길, 정회윤, 설민기, 이반디를 꼽을 수 있다.

남지연은 철사를 이용해 인물을 드로잉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신소라는 주로 광고 간판에 사용되는 렌티큘러라는 독특한 재료를 이용해 착시 효과를 보여주는 옵티컬한 추상 회화를 선보인다. 조각에서 출발한 서동진과 황승현은 각각 3D 프린팅으로 만들어낸 우화적 인물과 종이죽으로 만든 곰인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포리심과 김형길은 버려진 일상용품이나 장난감, 전자제품을 이용해 독자적 추상 언어를 개척해 주목받고 있다. 옻칠과 계란 껍질을 이용하는 전통공예 기법을 회화 언어로 선택한 정회윤과 설민기는 현대 감각의 서정성 넘치는 회화로 대중적 인기를 끈다. 전통 도자에서 출발한 이반디는 도자의 유약 성질을 응용해 추상성이 풍성한 화면을 보여준다.

최근 우리 회화의 흐름에선 기존 표현 언어를 새롭게 해석해 자신만의 회화 어법에 도전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에 참여한 작가들 가운데는 전정우, 오민준, 이재선, 이원태, 이소, 소울황소를 들 수 있다.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이반디 작가의 《Stool Series-WhiteⅠ》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김순주 작가의 《Night Scene #90》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김현숙 작가의 《기억은 추억을 머금고Ⅰ》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이원태 작가의 《겹(Layers)》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정회윤 작가의 《버드나무4》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김형길 작가의 《푸른언어23》 ⓒ2024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제공

재료에 대한 실험과 도전도 이어져

서예에서 ‘심은체’라는 독자적인 서체를 창출해 일가를 이룬 전정우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언어로서 서예의 조형성을 보여주는 화면으로 화제를 모은다. 한글의 조형미에서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는 오민준 역시 현대미술 언어로서 서예의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다. 이재선은 동양 초상화와 서양 초상화의 장점을 결합해 인물화의 새로운 지평에 도전한다. 이원태와 소울황소는 유화 물감의 재료적 특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회화 언어를 보여주며, 이소는 돌가루를 이용한 질감으로 바람의 속성을 표현한다.

추상과 구상의 슬기로운 조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로는 김순주, 양화정, 강희영이 보인다. 모순의 하모니로 독자적 화면을 구축하는 김순주는 낮과 밤의 특성에서 인간의 이중성을 조망한다. 양화정은 생명 이미지에 관심을 둔다. 강희영은 거울을 이용한 화면으로 우연적 추상성과 숲의 사실적 묘사로 주목받는다.

일상적 소재로 자화상적 이야기를 연출하는 작가로는 조숙연, 안난숙, 김현숙, 여강연, 아일랜두가 있다. 기물로 화면을 연출하는 조숙연, 안난숙은 환상성을 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힘들었던 현실을 그림으로 극복한 김현숙과 여강연은 회화의 힘을 보여준다. 만화적 이미지와 구성으로 주목받는 신세대 작가 아일랜두는 젊은 세대의 감성과 현실적 고민을 긍정적 사고로 극복하는 재미있는 회화를 보여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