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에 비례까지…숨기지 않는 ‘尹-韓 갈등’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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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이종섭‧황상무 ‘정면대응’…韓에 ‘앙금’ 시각도
‘비례 친윤 횡사’ 직격 당한 韓, ‘용산과의 거리’ 고심
1월23일 불이 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1월23일 불이 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이종섭 귀국‧황상무 사퇴”(한동훈) “이종섭‧황상무 거취 변화 없음”(대통령실)

“한동훈 사천(私薦) 바로 잡길”(親윤석열 측) “문제없다…해당 행위”(親한동훈 측)

4·10 총선을 불과 3주가량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 ‘당정 갈등’이 심상찮다. 이종섭(전 국방부 장관) 주호주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를 두고 확연한 입장차를 보인 데 이어 ‘비례대표 명단’으로 양측 간 더욱 날선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과 여부 등으로 인한 ‘1차 충돌’과 그 후 공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이번에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용산발 이슈들로 ‘수도권 위기론’이 커지는 가운데,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의 정면 대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친윤 인사들은 18일 명단이 발표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가 ‘친윤횡사’라는 입장이다. 당내 대표적인 ‘친윤’ 이철규 의원은 명단이 한동훈계 인사로 채워졌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한동훈 비대위에 속한 김예지 의원과 한지아 을지의과대학 부교수가 각각 당선권(20번 이내)인 15번·12번에 배치된 반면, 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24번) 등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난 데 따른 것이다. 또 다른 친윤 권성동 의원 등도 비례 명단 내 호남홀대론 등을 공개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친한’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사무총장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특정 인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친한 공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친윤 측에서 제기한 호남 배려 문제에 대해선 재검토 가능성이 있지만, ‘한동훈 사천’ 주장에 대해선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친한계 인사는 취재진에 “이철규 의원의 공개 비판은 당 공천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리는 해당 행위에 가까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용한 공천을 해낸 한 위원장을 흠집 내며 견제하려는 것 아닌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인 이철규 의원(왼쪽)과 장동혁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인 이철규 의원(왼쪽)과 장동혁 사무총장 ⓒ연합뉴스

용산, 이종섭‧황상무 ‘야당 공작’ 규정…‘조율’ 없는 韓에 불쾌감

이같이 친윤과 친한 사이 ‘작심 대리전’이 일어난 것은 비단 비례대표 명단 때문만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은폐 의혹’의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기자 회칼 테러 사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문제를 두고 당정이 엇갈린 대응을 보이면서 이미 틈은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동훈 지도부는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민심이 심상치 않자 ‘수도권 위기론’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두 사건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위원장은 17일 “공수처는 (이 대사에게) 즉각 소환 통보를 해야 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수석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이 당내 여론을 수렴해 사실상 사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러한 당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는)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며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황 수석에 대해서도 자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대통령실은 사석에서 황 수석이 자연스럽게 언급한 과거 여러 사건들 중 하나를 MBC가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실 안팎에선 한 위원장이 용산과 사전 조율도 없이 이종섭‧황상무 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서도 불쾌함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이뤄진 친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의 부산 수영구 공천 취소 결정이 대통령실의 심기를 한 번 더 건드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를 찾아 고양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를 찾아 고양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배신감’ 느끼는 용산? 韓, ‘입장 그대로’

양측의 갈등은 지난 1월 서천화재 현장에서의 ‘1차 갈등 봉합’ 이후 한 위원장 중심의 공천을 거치면서 계속 쌓여왔던 것으로 보인다. 공천에서 윤 대통령 측근과 용산 참모 출신들이 상당부분 낙마한 데다, 총선 내내 한 위원장으로 스포트라이트가 과도하게 쏠리는 데 대한 내부의 불편한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앞선 김 여사 명품가방 의혹부터 최근 용산발 이슈에 대한 한 위원장의 대응을 두고 ‘배신이다’ ‘등에 칼을 꽂았다’는 표현도 오르내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위원장으로선 대통령실과의 적정한 관계 설정을 두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승부처에서 막판 표심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용산발 리스크에 계속 침묵하진 않을 전망이 크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황상무 건과 관련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한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이 대사 즉각 귀국, 황 수석 거취 결정’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비례대표 명단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도 “일각에선 사천 프레임을 갖다가 또 씌우는데, 지역구 254명의 비례 명단 중 단 한 명이라도 제가 추천한 사람이 없다”며 반박했다. 이어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자기들이 그걸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에도 대통령실의 ‘문제없음’ 입장이 전해지자 당 비공개 회의에서 “우리 입장 그대로 간다”고 강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내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물론, 일부 대통령실 출신 후보들까지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어 지난 ‘1차 갈등’ 때보다는 강하게 맞설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다만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당정 간 분열은 ‘공멸’이라는 인식 하에 대통령실과의 끝까지 가진 않을 거란 관측도 내놓는다. 전날 한 위원장이 취임 이후 매일 진행해오던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을 돌연 중단한 것도 ‘윤·한 갈등’ 재점화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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