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현 “《당신이 잠든 사이》는 뒤늦게 다가온 40대의 선물”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3 14:00
  • 호수 179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15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추자현 “남편 만나고 사랑 믿게 됐다”

배우 추자현이 15년 만에 국내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와 그런 덕희 옆에서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남편 준석의 진실을 추적해 가는 미스터리 로맨스 영화다. 영화 《접속》 《텔 미 썸딩》 《황진이》 등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이다. 극 중 추자현은 여주인공 덕희를 연기했다. 상대 배역 준석은 이무생이다. 추자현은 “제가 38세에 결혼을 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사랑을 믿게 됐는데, 뒤늦게 믿게 된 사랑의 감정을 연기해 보고 싶었다”고 멜로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1996년 데뷔한 추자현은 1999년 SBS 드라마 《카이스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2006년 영화 《사생결단》에서는 거칠면서도 복합적인 캐릭터의 면모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 같은 해 제4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 제5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 및 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와 《작은 아씨들》,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분하면서도 깊은 연기로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남편 유효광과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추자현을 만나 《당신이 잠든 사이》 제작 비하인드와 근황을 들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15년 만에 국내 영화에 출연했다. 소감은 어떤가.

“아시다시피 제가 중국 활동을 오래 했다. 중국에서는 멜로를 많이 찍었다. 본의 아니게 한국에서는 세고 개성 있는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멜로를 할 기회가 적었다. 중국에서 멜로를 많이 하다 보니 한국에서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이가 들수록 하기 힘든 장르가 멜로 아닌가. 마침 그 타이밍에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하게 됐다. 예산이 적은 작품이라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멜로를 해보니 어떤가.

“장윤현 감독님, 이무생 배우와 작업을 하는 게 의미가 크다. 감독님은 아시다시피 《접속》과 《텔 미 썸딩》이라는 명작을 남긴 분이시다. 그리고 이무생 배우는 《부부의 세계》를 통해 처음 봤는데, 잔잔한 역할임에도 존재감이 크게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여러 작품에서 팔색조 같은 연기를 하는 걸 보고 응원하고 있었다. 한데 이 대본을 보고 처음 이무생 배우가 떠올랐다. 그만큼 만족스럽다.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순수하고 예의도 굉장히 바르더라. 인품, 연기, 모두 훌륭했다. 특히 40대 중후반이나 50대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40대가 돼서 하게 된 멜로 연기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30대를 중국에서 보냈다. 그런데 말도 잘 안 통하는 배우들과 멜로를 하면서 몰입이 되더라. 어느 순간부터 내 나라말로, 내 나라말을 하는 배우와 호흡을 한다면 어떨까 궁금했다. 특히 저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사랑을 믿게 됐다. 38세에 결혼했다. 뒤늦게 믿게 된 사랑의 감정을 연기로 해보고 싶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연애에서 끝나는 스토리였다면 끌리지 않았을 것이다. 부부의 멜로라서 더 끌렸다.”

결혼하면서 사랑을 믿게 됐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기자님이 싫어할 수도 있지만 지금도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다(웃음). 그렇다고 해서 남편을 생각하고 이 작품을 연기한 건 아니다(웃음).”

유명한 부부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루머가 따라다닌다. 실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2021년 우효광의 불륜설이 제기됐다. 당시 소속사 측은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있었던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어떤 분은 그러더라. 운대가 안 맞으면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잡음이 있다고 말이다. 저는 그 상황을 보면서 오히려 남편이 안쓰럽더라. 제가 남편보다 연예계 선배이기도 하고 나이도 두 살 많다. 또 그 친구는 운동선수 출신이라 주변을 의식하거나 조심하거나 하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애교가 많은 스타일이라 술을 마시면 형들에게도 스킨십을 많이 한다. 저는 멘털이 강한 편이라 잘 넘겼는데 남편이 많이 놀랐다. ‘인생은 그런 거야’라며 누나처럼 보듬어줬다. 제 남편이기도 하지만 그 친구의 인생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더 성숙되고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영화 《접속》과 《텔 미 썸딩》이라는 명작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이다. 작업해 보니 어땠나.

“제가 본 감독님은 말씀이 많지도, 그렇다고 무뚝뚝한 분도 아니다. 대신 얘기를 많이 들어주신다. 무엇보다 선하고, 겸손하시더라. 그리고 이제 막 입봉한 신인 감독처럼 열정이 대단하시더라. 그래서인지 감독님을 도와주는 주변 분들이 참 많았다. 영화 찍는 내내 그동안 덕을 많이 쌓으신 게 느껴졌다.”

추자현 배우 역시 지인들이 많이 축하해 주고 있다. 특히 김혜수, 한지민, 한효주 배우의 응원이 인상적이었다.

“인맥이 넓지는 않지만 저의 여신님들이다(웃음). 김혜수라는 사람은 제가 너무 사랑하는 언니다. 예산이 협소했던 영화 촬영장에 스케일이 큰 밥차를 보내줘서 너무 고마웠다. (한)지민이도 (한)효주도 근사한 간식차를 보내줘서 덕분에 제가 너무 기가 살았다. 지민이는 시사회 때 드라마 촬영 때문에 오지 못했는데 촬영이 끝나자마자 뒤풀이 장소에 달려와 줬다. 지민이가 그렇게 마음이 깊고 주변을 잘 챙긴다. 효주는 당시 일본에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날 영상통화를 하며 응원해 주더라. 그리고 윤소이씨, 박희순 오빠 등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몇몇 분들이 계신다. 제가 항상 위로받는 멤버들이다. 늘 감사드린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대 때 힘들었고, 그래서 어두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시간이 자신의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궁금하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지인들이 많이 말해 준다. 조금 식상한 위로의 말이지만, 또 틀린 말은 아니다. 제 생각은 이렇다. 힘든 20대를 겪고 나중에 성공하는 삶과 평범한 20대를 겪고 또 평범한 훗날을 맞이하는 인생을 선택하라면, 전 후자다. 20대 때 저는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해 풋풋하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풋풋한 20대 후배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그때 저는 그 나이대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다. 어렸지만 어두웠다. 오히려 결혼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밝아지고 있다. 그래서 감사하다.”

지난해 중국에서 걸그룹에 도전하기도 했다.

“재미있지 않나.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많이 가렸다. 지금도 고지식한데 예전에는 더 심했다. 힘들게 살아온 경험이 있다 보니 심적으로 위축됐던 것 같다. 한데 나이가 들면서 깨친 건, 뭐든 진실되게 임하면 그 마음이 통한다는 거다. 못 미덥게 보셨던 분들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을 바꿔서 받아주시더라. 그 진실의 힘을 안 순간부터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배우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하다.

“40대의 선물 같다. 흥행 욕심보다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진심이다. 결과적으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후회 없이 열심히 했냐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저는 만족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