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보수텃밭 PK서 3선 달성”…박수영 “유일 남구 민생 해결사”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4·10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철옹성 같았던 PK(부산·울산·경남)의 보수 지지세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특히 남구는 ‘선거구 통합’이라는 변수로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려운 지역 중 하나다. 남구는 20년간 갑과 을로 선거구가 나뉘어져 있었던 곳이다. 이중 남구갑 지역은 보수세가 절대 강세인 지역이다. 김정훈 전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후 박수영 의원으로 세대교체를 하면서 보수 조직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남구을 지역은 당초 보수세가 강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박재호 의원이 세 번의 탈락 후 최근 두 선거에서 모두 이기며 진보 강세 지역이 됐다.
이후 인구수 감소로 두 선거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두 현역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한 명은 탈락해야 하는 소위 ‘단두대 매치’를 하게 됐다. 본인 지역의 표를 잃지 않으면서 상대 지역 표를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두 후보의 공통 관건이 된 셈이다. 이에 두 후보는 남구의 핵심 이슈였던 ‘산업은행 이전’과 ‘오륙도선 트램 타당성’ 등의 지역 숙원 과제들을 놓고 상대 책임을 키우는 분위기다.
두 후보는 현재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선 박수영 의원이 경쟁 상대를 11.04%포인트차로 이긴 반면, 박재호 의원은 1.76%포인트차 접전 끝에 겨우 원내에 입성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일보 의뢰로 지난 18~19일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박수영 후보가 43.9%로 박재호 후보(48.9%)에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 ARS조사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p.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세 바꿔야” “그래도 집권당”…대학생들은 정치 ‘거부감’
시사저널은 총선을 16일 앞둔 25일 오후, 문현 금융단지와 경성대·부경대 대학가 등 남구 관할 내 주요 장소를 돌며 민심을 취재했다. 남구의 핵심 이슈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만큼, 문현 금융단지와 주요 도시철도 역 일대엔 산업은행 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박재호 의원과 박수영 의원 캠프도 이날 경성대·부경대역 등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며 유세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두 후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평가도 다양했다. 이날 박재호 의원과 악수를 나눈 50대 남성 장아무개씨는 “박재호 의원이 앞선 선거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을 때도 주민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표밭 문제가 아닌 본인의 역량 책임으로 돌렸다”며 “그래서 주민들도 보수 텃밭을 바로 갈겠다는 진정성이 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륙도선 트램 등을 다시 추진하려면 박재호 의원을 필두로 부산 민심이 달라졌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박수영 의원이 지역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용당동에 거주하는 여성 김아무개(62)씨는 박재호 의원을 겨냥해 “남구가 합쳐지기 전엔 항상 여당의 박수영 의원이 부산 산업은행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면 야당의 박재호 의원이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초를 치는 분위기였다”며 “남구 전체가 개발하려면 지금 집권여당 소속인 박수영 의원이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물가 파동을 비롯한 경제 위기는 대학가도 비껴가지 못했다. 대학 인근 거리는 3월 개강 시즌에도 불구, 이날 내린 비와 함께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부경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아무개(42)씨는 “대학가가 점점 활기를 잃고 있다”며 “오히려 코로나 때보다 더 학생들도 줄고, 요즘 개강 시즌인데도 매출이 급등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총선을 통해 정권에 경고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업과 주거 등의 문제로 정치에 관심을 끊었다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부경대에 재학 중인 정아무개(25)씨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화만 계속 쌓인다”며 “청년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다들 부산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나. 지금 동기들만 해도 전부 수도권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정부에선 구조적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단발성으로 진로 지원금 등을 뿌리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국힘이 일방통행” “민주 노골적 반대”…‘산은 이전’ 책임 공방도
지역을 대표해온 두 후보들도 남구의 ‘핵심 숙제’ 해결을 위한 공약들을 내걸었다. 특히 두 후보는 공통적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우선순위 1위 공약으로 띄우며, 21대 국회에서 숙원을 이루지 못한 부분을 두고 서로의 책임을 부각시켰다. 박재호 의원은 유세 중 시사저널과 만나 “산업은행 이전을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룰 것”이라며 “3선이 되면 상임위원장을 맡아 우리 당도 설득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박수영 의원과 여당을 겨냥해 “여당은 부산에 15명 국회의원 있음에도 타협 협상도 없고 일방통행 기자회견만 했다”고 직격했다.
반면 박수영 의원은 “정부는 산업은행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하고 부산시는 문현 금융단지에 신사옥을 짓는 안을 제시하는 등 행정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정작 국회에서 민주당의 노골적 반대에 막혀 법 개정을 못했다”며 “국민의힘은 이미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민주당이 결정만 하면 사실상 합의 통과도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다면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1호 법안으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는 지역 현안인 ‘오륙도 트램’을 두고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오륙도 트램’은 남구 대연동 용소삼거리에서 용호동 이기대어귀삼거리까지 1.9㎞ 구간에 친환경 무가선 저상트램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당초 예정대로 추진됐다면 ‘부산 6호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도 기대됐다. 하지만 공사비가 당초 추산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졌고, 현재 KDI의 예비타당성 재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박재호 의원은 예타 재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트램 사업을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그는 “세상에 고통 없는 변화는 없다”며 “공사 기간 교통도 막힐 수 있지만, 부산시가 실증사업으로 쌓은 노하우를 외국에 수출할 수도 있고 다른 지방에 수출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박수영 의원도 두 번째 공약으로 ‘맞춤형 트램’을 내세웠으나, 예타에서 탈락한다면 ‘무빙 워크’ 등 다른 대안으로 용호동의 교통 체증을 해소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각자 본인들이 ‘남구 개발 맞춤형’ 적임자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재호 의원은 “보수세 강한 PK에서, 특히 낙동강 벨트도 아닌 동부산권에서 야당 3선을 달성 하겠다”며 “힘 있는 중진으로서 남구와 부산을 경제가 살아있는 도시로 새롭게 변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5년 내 부산1등 남구를 만들겠다”며 “저는 4년간 해결한 민원과 숙원사업 678건인 만큼, 민생도 정책도 남구의 해결사 박수영이 풀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