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000만원’ 의대 준비반도…‘특수’ 누리는 대치동 학원가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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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정예·스타강사 수업…과목당 수강료 200만~250만원
“현직 한의사도 의대 입시…지금 아니면 언제 될지 몰라”
초등생 대상 특별반은 마감…“2~3명 빠질 때까지 대기해야”
3월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전문 학원 앞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3월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전문 학원 앞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의대 준비하시게요? 올해가 적기예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입시반 원장 A씨)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하면서 대치동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의대 합격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초등생, 주부, 직장인까지 ‘의대 특별반’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입시업계도 ‘3등급도 의대 갈 수 있다’ ‘3년 내 의대 합격하면 수강료 환불’ 이라는 문구를 내걸며 수강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의대 열풍’이 몰아친 대치동 학원가는 어떤 모습일까. 실제로 의대를 준비하기 위해 한 달 교습비와 교재비는 얼마나 들어갈까. 시사저널은 26일 오전 9시께부터 4시간 동안 대치동 학원가에서 직접 입시 상담을 받아봤다.

 

대치동 유명강사 ‘의대반’ 풀코스…주1회·3시간 수업에 年1억2000만원

3호선 대치역에서 나와 은마아파트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양옆으로 학원이 밀집돼있는 대치동 학원가를 볼 수 있다. 이곳에는 편의점보다 학원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건물 하나 당 평균적으로 한두 곳의 학원이 들어서 있다.

학원가는 일찍이 의대를 노리는 고3생, 재수생, 직장인 등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의대 전문 학원 앞에는 ‘집에서 잠만 재우라. 학원에서 올 케어를 해주겠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해당 학원은 정원 10명 내외로 매달 의대반을 모집한다고도 했다. 다른 학원은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학생을 위해 기숙형 ‘의대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 의대 입시반에 들어가 ‘의대반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했더니 A원장은 “정부가 대학별로 의대 입학 정원을 배분한 지금이 적기인데 잘왔다”며 “특히 의대 입학생이 대폭 늘어난 지방 의대를 노리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의대는 졸업만 하면 대우도 남다르다”면서 “얼마 전 30대 직장인도 의대반에 들어와서 수업을 듣고 있다”고 홍보했다.

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해선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이미 개설된 반에 들어가거나, 소수 정예로 반을 꾸려야 했다. 고3생, 재수생처럼 꾸준히 공부를 해오던 수강생이 전자에, 직장인이나 주부는 후자에 해당했다.

전자의 경우 과목 당 주 1회, 3시간 동안 수업을 들으면 한 달 수강료는 40만원 정도였다. 국어·수학·영어·탐구 2과목을 전부 듣는다고 가정하면 최소 한 달 수강료는 200만원에 달했다. 후자는 값이 배로 뛰었다. 수업 시간은 동일하지만 과목 당 수강료는 200만~250만원 수준이었다. 전 과목을 수강하면 월 1000만원, 1년에 1억2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A씨는 “이 바닥(대치동)에서 엄청 알려진 선생님한테 수업을 받는 거라 (값이 비싸다)”면서 “수강생 인원에 비례해 수강료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3월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전문 학원 앞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3월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전문 학원 앞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또 다른 의대 입시반을 찾았다. 학원 입구에는 ‘인터넷 강의 업계에서 유명한 강사가 수업 중’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해당 학원의 B실장은 “내로라하는 강사라 다른 단과학원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다”며 “업계에서 유명한 또 다른 강사도 조만간 영입할 계획”이라고 설득했다.

내달 개강하게 될 의대반에 투입되면 주 1회, 3시간 동안 강의를 듣게 된다고 했다. 수업료는 월 36만원 내외로, 교재비까지 포함하면 40만원을 웃돌았다.

B실장은 “며칠 전 현직 한의사도 의대반에 등록해 강의 녹화본과 자료를 받아간다”며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전했다.

3월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서점에 입시 서적이 놓여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3월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서점에 입시 서적이 놓여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이번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 학원을 찾았다. 의대 입시 등을 목표로 하는 초등생이 중학교 수학을 선행 학습하는 곳이었다.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정규반 수업은 주 2회, 3시간 동안 진행된다고 했다. 월 수강료는 40만원 정도였다.

C원장은 “정규 수업만으로는 최상위권이 어려워 학부모들이 특별 수업을 찾는다”고 했다. 특별 수업은 강사가 선제적으로 학생과 상담을 통해 실력을 확인하고, 소수 정예로 운영된다고 했다. 그는 “초등생 특별반은 이미 마감됐다”며 “2~3명이 빠질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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