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 임현택, 의협 이끈다…“尹 사과·장차관 파면” 요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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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당선인 “전공의·의대생·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
42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소아과의사회장이 3월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결선 투표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42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소아과의사회장이 3월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결선 투표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강경 입장을 펼쳐 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정부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새 수장으로 낙점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을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정부 압박에 나섰다. 

27일 의협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신임 회장 결선투표에서 임 당선인이 제4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오는 5월1일부터 3년이다.

임 당선인은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획득했다. 함께 결선에 오른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1만1438표(34.57%)를 얻었다.

전임 이필수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강경 반대해 온 임 당선인은 대정부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당선 일성으로 '총파업' 돌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임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의대 정원은 증원이 아닌 감축이 필요하며 필수의료 패키지 역시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임 당선인은 저출생 여파로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며 정부 정책과 정반대 주장을 펼쳐왔다. 

정부와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 임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전공의 대표·의대 교수들을 충분히 포함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화 조건으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며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 보류 등은 협상 카드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임 당선인은 지난 19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확정해 발표하자 그는 성명을 내고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도 임 당선인을 업무방해, 전공의 사직 교사 및 방조 등 혐의로 고발해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지난 2월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막힘)' 당한 채 끌려 나가는 모습 ⓒ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지난 2월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막힘)' 당한 채 끌려 나가는 모습 ⓒ 연합뉴스

임 당선인은 지난달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를 찾았다가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을 당한 채 끌려 나가기도 했다. 당시 경호처는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임 당선인에 자리를 옮기라고 요구했고, 이에 불응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입틀막 제지를 받은 후 입건돼 검찰에 송치됐다. 

의협이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해 비상대응을 선언한 만큼 임 당선인은 오는 5월 공식 임기 시작 전 현 비상대책위원회와 논의하며 업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를 직접 이끌며 투쟁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 당선인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4번째 연속으로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작년에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를 대표해 '수입 감소에 따른 폐과 선언' 등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법률 자문을 지원하고 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한 의사단체인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 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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