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 ‘구원투수’ 인요한 등판…與 손익계산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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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논란’ 적극 두둔…이재명‧조국 때리는 ‘저격수’로
“호남 출신으로 외연 확대” vs “중도층 더 떠나갈 것”

“이재명·조국, 권력으로 범법행위 덮고 재판 뒤집어” (3월26일)

“대통령이 우리한테 쓴 약 먹여도 국가 위한 것” (3월27일)

“5·18 폭동 비하는 광주시민을 두 번 죽이는 것” (3월28일)

총선까지 13일,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의 ‘입’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등판과 동시에 야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는 한편, ‘이종섭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서면서다. 동시에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을 강조하는 등 진영을 뛰어넘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인요한 등판 효과’를 바라보는 정치권 내 시선은 분분하다. ‘한동훈 원톱’ 체제의 한계를 보완할 적임자라는 호평도 나오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지키고, 野 때리고, 광주 찾고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인요한 활용법’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순천 출신의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이자 ‘푸른 눈의 의사’라는 배경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또 지난해 혁신위를 이끌면서 ‘친윤‧중진 희생론’을 요구하는 등 당의 쇄신을 주도했다는 점도 인 위원장의 강점으로 꼽혔다.

이에 비상대책위원들 사이에선 ▲서대문 지역구 출마 ▲한동훈 위원장과 ‘투톱’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위성정당 공천관리위원장 등이 ‘인요한 활용법’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 같은 아이디어를 당의 핵심 인사를 통해 인 위원장에게 제안했으나, 인 위원장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듯했던 인 위원장은 돌연 총선을 한 달 여 앞두고 정치권에 재등판했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면서다. 인 위원장은 당선 유력 순번인 ‘8번’을 부여받고, 선거대책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이후 인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여권의 ‘스피커’를 자처하고 나섰다.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특유의 언변으로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소신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지난 26일 첫 현장 행보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들과 인천 백령도를 방문한 인 위원장은 “우리를 위해 귀한 생명을 바친 분들을 잊지 말고 계속 기억해서 후손에게도 꼭 전달하고 교육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선대위 회의에선 “이념과 사상이 많이 대립해 있는데, 이념과 사상은 전쟁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 너무너무 중요한 선거”라며 “왜 선거가 중요하냐면 이·조(이재명·조국)의 심판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말도 100% 지지하고 찬성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에 항상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도 드러냈다. 그는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주의는) 5년을 대통령을 뽑았으면 믿고, 대통령이 때때로 어려운 결정을 하고 쓴 약을 우리한테 먹여도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조금 가다가 힘들다고 (대통령을) 바꿔버리자? 아이고, 참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얘기”라고 말했다.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일 첫날인 28일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일 첫날인 28일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득이다” “실이 더 커”…등판 평가 ‘분분’

인 위원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여권 내 시선은 엇갈린다. 한켠에선 인 위원장이 ‘우측’으로 쏠려있던 여권의 시선을 ‘좌측’으로 돌려,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읽힌다. 실제 인 위원장은 이날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후 첫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폭동이라고 비하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광주시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인 위원장 인선은 매우 긍정적이다. (여당 내에서) 중도층에 이만큼 영향을 미칠만한 사람이 없다”며 “호남을 고향으로 두고 중도적인 발언을 이어온 점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동훈 위원장이 강조해온 ‘국민 눈높이’와 다소 괴리된 발언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를 적극 두둔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인 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사 논란에 대해 “외국 사례 같으면 이슈도 안 된다”며 “군수가 산불이 나면 해직되는데 그 산불 원인도 따져야 한다. 군수가 불을 질렀나. 꼭 장관이 죄가 있는 게 확실한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사의 조기 귀국 필요성을 강조한 한 위원장이나, 그의 사퇴를 언급한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입장이다.

인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이념’을 거듭 언급하는 것을 두고도 정치권 내 평가가 갈린다. “민생에 민감한 중도 유권자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수도권 내 여당 후보)는 우려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보수당의 존재 이유를 되새겨주는 발언”(대구‧경북 지역 여권 관계자)이라는 의견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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