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없는 부자 없다
  • 오윤현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08.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환 위기 때 부동산 투자, 9·11 터지자 주식 매집해 ‘떼돈’
조아무개씨(40·청주)는 지난 13년 동안 꽤 번듯한 직장을 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2년 전에 벌인 자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정도 경력이면 재산이 얼마쯤 되어야 ‘잘살았다’는 소리를 들을까. 3억? 5억?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조씨는 재산이 1억원도 안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하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집값이 싼 소도시에 사는 사람 가운데에는 조씨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 조씨는 “재테크에 너무 무신경했다. 지나고 나니 좀 후회가 된다”라고 돌이켰다.
어디 지방 사람들뿐인가. 서울 같은 대도시에도 미래에 무관심하다가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꽤 있다. 반면 같은 기간에 10억원 이상을 번 사람도 자주 눈에 띈다. 전 아무개씨(39·서울)는 15년 전 전세금 3천여만원만 가지고 결혼했다. 그리고 1년 뒤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자그마한 화장품 대리점과 미장원(아내)을 운영했다. 이후 그는 은행을 향해 달려갔다. 돈이 생기면 무조건 창구 앞으로 뛰어간 것이다.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한 것 같다”라고 그는 말했다.
1998년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외환 위기 여파로 집값이 뚝 떨어진 것이다. 남들이 집을 팔 때 그는 서울 석계역 근처에 33평 아파트(1억6천만원)를 한 채 더 장만했다. 3년이 지난 뒤 아파트는 5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이후 그는 부동산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자투리 땅에 상가를 지어서 분양·임대하면 큰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2001년 봄. 그는 배운 대로 있는 돈을 닥닥 긁고 은행 융자를 받아 비교적 외진 곳에 있는 땅을 구입했다. 그리고 거기에 4층짜리 건물을 올렸다.

1년 6개월이 지난 요즘 그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건물을 14억원에 팔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 중인 것이다. 2년도 안되어 5억원을 번 그를 두고 일부에서 ‘부동산 투기로 돈 번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는 태연하게 “지난 몇년 동안 돈이 나를 따라다녔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부자들>을 쓴 한상복씨는 전씨처럼 배짱 있고 운 좋은 사람을 여럿 만났다. 그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최진형씨(52·가명)다. 한씨에 따르면, 그는 돈이 꽤 있는 알부자였다. 그러나 좀처럼 돈 버는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그런데 2001년 9월 ‘남의 슬픔이 곧 나의 기쁨’이라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테러가 발생해 공포 심리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경제 공황이 올지 모른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최씨는 이런저런 상황을 비교한 끝에 ‘공황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475.60. 최씨는 통장에 있는 돈을 꺼내 삼성전기·삼성중공업·LG건설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리고 종합주가지수가 850이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불과 6개월 만에 종합주가지수가 850선을 회복하면서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한 달에 2백만, 3백만 원씩 받는 월급쟁이 눈으로 보면 전씨와 최씨처럼 버는 일이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현재로서는 그렇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른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마중 물’ 같은 종자돈만 마련하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부자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마중 물을 많이, 빨리 모으는 방법이 따로 있다. 목표를 길게 세우지 않고 짧게 잡는 것이다. 즉 2년치 연봉을 3년이나 4년 안에 모으겠다고 마음먹고 달려드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결은 아껴 써서 저축하지 말고, 저축하고 나서 아껴 쓰는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그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이 부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