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커피, 에소프레소가 뜬다
  • 성우제 기자 (wootje@e-sisa.co.kr)
  • 승인 2000.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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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체인점, 신세대에 각광…'테이크 아웃' 등이 인기 요인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는 커피가 있다. 그러나 요즘 커피는 전에 볼 수 없던 종류이다. 젊은층을 사로잡는 새로운 기호이자 유행은 에스프레소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강하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해서 만든 카푸치노·카페라테·카페모카 따위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이다.

에스프레소바라 불리는 새로운 스타일의 커피점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서울에 미국 최대의 에스프레소 전문점 스타벅스가 문을 열면서부터이다. 1998년 ‘할리스’라는 전문점이 등장했고 비슷한 시기에 유럽의 ‘세가프레도’가 한국에 상륙했으나, 젊은층의 커피 문화를 바꾼 것은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세가프레도·할리스는 경쟁적으로 체인망을 넓혀, 올해 문을 연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는 세 업체가 나란히 들어섰다. 이밖에도 로즈버드·프라우스타·씨애틀에스프레소·카푸치노에스프레소·디드릭·자바커피 등 에스프레소 전문점을 표방하는 체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외식 산업의 총아 가운데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에스프레소바의 특징은 이른바 ‘테이크 아웃’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걷거나 운전하면서도 마실 수 있는 미국식 문화이다. 인터넷 ‘Daum’ 동호회 ‘커피집’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김필희씨(직장인)는 “인스턴트에서 느낄 수 없는 강하고 풍부한 맛과 더불어 테이크 아웃 같은 새로운 스타일이 새로움에 민감한 젊은층을 매혹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커피 마니아인 이재길씨(고려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따르면, 에스프레소 붐은 미국에서 먼저 일었다. 유행의 진원지는 10여년 만에 미국 커피업계를 석권한 스타벅스이다. 신선한 아라비카종 원두를 사용해 뽑은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가 미국인을 사로잡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섞어 만든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페라테가 크게 유행했다.

스타벅스의 인기는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이어져 새로운 커피 문화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해외 연수나 배낭 여행을 떠난 대학생들이 현지에서 받은 문화 충격 가운데 하나가 카페라테이다. 그들은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오자 ‘외국에서 마신 커피’라며 환호했다. 그들을 중심으로 유행이 빠르게 번져 갔다”라고 이재길씨는 말했다.

음료업계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한 에스프레소는 한국에서는 아직 유행일 뿐 그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은 대중화하지 않았다. 에스프레소 붐을 몇년 전 유행하다 꺼져버린 ‘재즈’와 비슷하게 보는 이들도 많다. 젊은층은 커피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행을 주도하는 대형 에스프레소 체인점 커피는 전문점에 비해 맛과 향이 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에서 들여온 커피는 유통 기간이 길어 커피의 생명인 신선도가 당연히 떨어진다.

커피 관련 업체인 TCCKOREA 이정기 이사는 에스프레소바 운영 지망자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커피는 김치와 비슷해 볶은 지 2~3일 후에 맛이 가장 좋다. 신선한 커피를 여러 종 잘 섞고(블랜딩) 물의 온도만 잘 맞추면, 나머지는 손맛으로 결정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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