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올해의 인물' [문화] 거침없는 도올, TV에 공자를 싣고…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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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용옥씨, <노자><논어> 강의로 '도올 현상' 일으켜
지난 1년만큼 노자와 공자의 이름이 보통 사람에게 자주 오르내린 적이 있었을까. 가히 '화제'였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맹자는 물론 한비자와 순자, 〈사기〉를 지은 사마천과 〈도덕경〉의 천재적 주석가 왕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동양 고전 '관계자들'이 방송에 출연한 해이기도 하다. 전에 없던 일이다.

 
수천 년 전 고전을 지은 이들을 수시로 불러내며 방송가에 '동양 고전의 시대'를 활짝 연 주인공은 도올 김용옥씨. 그에게는 이전에도 자신을 묘사하는 다채로운 수식어와 함께 수많은 직함이 따라다녔다. 교수·철학자·한의사·저술가·도올서원 주인 등등. 하지만 지금 그 어떤 이름도 그의 면모를 총체적으로 담아내지 못한다. '도올 김용옥'은 한 특별한 '현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현상'은, 올해 초 EBS가 기획한 교양 강좌 프로그램 <노자와21세기>에 그가 출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인간과 자연의 화해, 종교와 종교 간의 화해, 지식과 삶의 화해가 21세기 과제'라는 대명제를 내걸고, 한바탕 흐드러진 굿판처럼 진행되었던 그의 '노자 강의'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금세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방송이 끝날 무렵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EBS 방송 사상 초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 강의와 아울러 1·2·3권이 차례로 나온 그의 책 〈노자와 21세기〉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방송 전과정은 재편집되어 비디오 테이프와 시디롬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무대는 KBS 1 텔레비전으로 옮겨졌다. 이번에는 '공자'였다. 프로그램 이름은 <도올 논어이야기>로 정해졌다. 이 프로그램은 교양 강좌 프로그램으로서는 방송 사상 전무한 100회짜리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마침내 '온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철학적 통찰과 연출가적 재능, 사통팔달한 지식 세계의 진경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잡은 것이다.

도올 김용옥씨의 연이은 텔레비전 등장으로 시청자들은 근대화 기간 내내 담쌓고 지내던 동양 고전, 동양 사상의 진수와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전통과 현대, 기성 세대와 신세대가 만날 수 있는 '화해의 장'이기도 했다. 한 지식인과 공중파 방송이 합작해 이룬 도올 김용옥 현상은, 오늘날 지식인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며, 공영 방송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좋은 생각거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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