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년 올해의 인물' [문화] 이창동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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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갈증 적신 거대한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독점으로 제작하는 이스트필름에는 재미있는 별명이 하나 붙었다. ‘상금으로 운영하는 영화사’. 올해 베니스 영화제 다섯 부문에서 수상한 <오아시스>는 영화평론가협회상과 춘사나운규영화상에서도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지난 12월3일 열린 제1회 MBC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감독상·남녀 주연상 등 여섯 부문을 석권하며 상금 1억여원을 거머쥐었다.

평소 겸손하기로 소문난 이감독은 MBC영화제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며 “<오아시스>가 참 상 주기 편한 영화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감독이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오아시스> 때문에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 과소 평가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임권택 감독은 한국의 독특한 미감을 보여주는 유일한 감독이다. 외국인들은 누구나 알아보는 그것을 우리는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간과한다. 홍상수 감독은 상업 영화의 틀 밖에서 자신의 영화 작업을 어렵게 수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더 평가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이지만 이들 3명의 영화 작업에는 차이가 있다. 임감독이 전통을 천착한다면 이감독은 오늘의 얘기를 담아낸다. 또 홍감독이 고독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반면 이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에 주목한다. 소설가 출신이지만 그는 상업 영화의 문법도 과감히 받아들인다. <오아시스>는 그의 이런 영화적 지향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아시스>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그러나 장애인 문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영화가 정작 다루고자 한 것은 소통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소통을 막는 편견과 선입관을 깨고 싶었다는 그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사랑하는 것은 무조건 정신적인 사랑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장애인을 향한 성욕을 드러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객과 소통하기는 쉽지 않았다. 강간 장면은 장애인 단체와 여성계로부터 지탄을 많이 받았다. 장애인 여성이 자신을 강간하려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설정이 너무나 남성 중심적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모두가 자신의 처지에서만 판단하려고 한다”라고 아쉬워했다.

지난 11월 이감독은 색다른 소통을 시도했다. 대선 후보 지지 텔레비전 토론에 나선 것이다. 에 출연한 그는 조리 있게 노무현 후보 지지 소견을 밝힌 덕분에 시청자들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완벽주의자인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할 말을 제대로 다 못한 것이 억울해 밤에 한숨도 못 잤다.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 외에 문화 분야 올해의 인물 후보로는 임권택 감독과 가수 윤도현씨가 추천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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