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월 소잉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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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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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월 소잉카/인권운동가로도 큰 활약
나이지리아 작가 월 소잉카는 이번 방한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 연극 축제 때 서울을 찾은 적이 있다. 그는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느껴졌으며, 그 가운데서도 통일의 기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올림픽 개막식에 남북한이 동시 입장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같은 깃발을 올리는 일도 기대해볼 만하다.”

월 소잉카가 <문학의 서쪽을 향한 정전(正典), 동쪽을 향한 정전>을 주제로 전체 포럼의 문을 연 것은 아귀가 맞는 일이었다. 1986년 <늪지대의 사람들>로 노벨 문학상을 받아,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아프리카 흑인이 된 그는, 수상 당시 ‘세계의 정전을 확장한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그가 노벨상을 받기 전부터 그에 대한 영어 문화권의 관심은 지극했다. 나이지리아 요루바 출신으로 영국에서 수학한 그는,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1960년대부터 ‘영어에 활력을 불어넣는 비영어권 작가’라는 평을 얻어냈다.

그는 단지 세계적인 작가만은 아니었다. 나이지리아 내전 기간에 겪은 투옥 생활은 그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와 더불어 인권 투쟁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그는 1986년 노벨상 수상 연설을 넬슨 만델라에게 헌정해 연대감을 과시했다. 그는 1960년대 이후 줄곧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면서 인권운동가의 면모를 다져 왔다. 정교하고 세련된 문체와 달리, 정치에 대한 그의 언급은 매우 노골적이며 직선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분단 한국의 변화한 분위기에 민감한 것도 그다운 일이다.

또한 문학의 정전에 관한 그의 발언이 무게를 갖는 것은, 단지 유럽 문화권이 그의 작품을 세계적인 정전에 편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무엇이 정전인가가 아니라, 정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배제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한 정전은 문화적 문맹의 소산이 되기 십상이다.”
정전(正典)이 무엇을 배제하는지 제대로 보아야

그에 따르면, 정전은 변덕스러운 당대의 이념적 성향에 좌우되기 마련이고, 여기에는 신학적인 것까지 포함된다. 정전화에서 가장 조악한 사례는, 문화 혁명기 중국이나 종교 재판이 기승을 부리던 때의 유럽이다. 그는 정전의 원리 가운데 비판(금지)의 정전과 배제의 정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의 예는 간단하다. 금서 목록이 그것이다. 샐먼 루시디의 예를 보면, 그 금지의 정전은 비단 중세에 국한하지 않는다. 월 소잉카에 따르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배제의 정전이다. 배제의 정전이 목표물로 삼는 것은 다른 문화권이다. 그는 묻는다. “마하브라타와 길가메시는 서양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와 같은 서사시는 <스타트렉>을 구성하는 일화 이상이 되지 못한다.”

주변부인 한국 문학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그는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세계의 중심부로 나아간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나는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은 유럽의 무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때 문화 교류는 중심부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을 풍부하게 하는 과정이 된다. “이른바 제3 세계는 유럽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 소외된 것이지 자신의 처지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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