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론<한국문화론>전경수
  • 김창민 (LG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인류학 박사) ()
  • 승인 199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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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에서 문화라는 개념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전까지 인류학 바깥에서는 별로 주목되지 못했던 이 개념이 이렇게 범람하고 있는 이유는 공산권이 몰락한 일과도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다. 한 사회가 생성되고 유지되었다가 몰락하는 과정을 경제나 물리적 폭력과 같은 물적인 부분으로만 설명하는 데 한계를 느끼면서 새삼 비물질적이고 일상적인 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이 비물질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문화라는 용어로 개념화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문화라는 개념은 인류학에서 이미 ‘특정 사회 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의미 체계’ 또는 ‘개별 사회 성원들이 공유하는 생활 양식’이라는 의미로 사용해 왔다. 전경수 교수가 <한국문화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화 개념도 바로 생활 양식, 또는 의미 체계로서의 문화이다. 그는 네 권으로 구성된 <한국문화론>에서 한국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시간적으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지역적으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남미·중앙아시아를 비롯해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생활 양식까지 다루고 있다.

전경수 교수가 한국 문화를 다루는 방식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통적인 인류학 연구 방법인 참여 관찰을 통해 그는 연구 대상이 된 주민들의 생활과 삶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기보다 그들의 삶에 깊숙이 참여했다. 이것이 연구 대상자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저자의 접근 방식은 그의 독특한 비판 의식과 연관된다. 그의 비판 의식은 식민주의, 지역 개발, 관광, 환경 파괴 등에 집중되어 있다. 해녀·삼성신화·부락 따위 용어가 식민주의 질곡의 산물이며, 지역 개발이 생태적 조건을 무시한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주민이 스스로의 삶을 청산하도록 강요되었다는 지적은 저자의 비판 의식이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가 비판할 대상으로 삼은 주제들은 진보나 개발이나 성장의 논리에 의해 연구 대상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들이다.

저자가 <한국문화론>에서 분석한 문화 영역들은 주로 우리들이 일상 생활에서 의미있는 부분으로 인식하지 못하던 것이다. 그의 주제들은 혼인·죽음·성교·농약·쓰레기·해외 입양 같은 것들이다. 이같은 주제들이 그의 분석적 서술에 의하여 생태적 적응과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서, 또는 국가 통제가 작동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의 하나로서, 그리고 문화 변동을 설명하는 하나의 실마리로서 재조명되었다.

저자가 인류학이라는 학문을 하면서 발표한 논문들을 전통·상고·현대·해외라는 네 가지 주제에 따라 분류하여 편집한 <한국문화론>은 주제 별로 문화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확고하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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