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감동 접목하는 김택진
  • 소종섭·고재열·이문환·신호철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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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 박람회 'E3'에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35)는 한 거물 인사를 영입한다고 발표해 경쟁 업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세계 3대 게임 제작자 중 한 사람인 리처드 게리어트. 엔씨소프트가 온라인 게임 〈리니지〉 후속편과 다음 작품 개발자로 그를 영입하는 데 제시한 금액은 무려 4백31억원. 그러나 그와 같은 거물 제작자가 돈 때문에 엔씨소프트와 손잡은 것은 아니었다.


김대표는 "계약 협상에서 우리는 비즈니스 얘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앞으로 만들려는 게임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오히려 게리어트 쪽에서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의해 왔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갈고 닦은 온라인 게임의 기술력이 높이 평가된 것이었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를 영입하면서 엔씨소프트 역시 국내 업계 1인자 자리에서 세계 1위 회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우선 김대표는 세계 게임 업계를 이끄는 주도적인 인물과 한자리에 앉아 협상을 벌이게 되었다. 게리어트를 통해 입수하는 업계의 고급 정보들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새로운 개발진이 참여해 지난 10월에 출시한 리니지 후속편이 인기를 끌면서 엔씨소프트의 올해 매출액은 천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김대표에 따르면 그와 게리어트와의 관계는 사업 동료라기보다 게임에 대한 열정을 나누는 동지에 가깝다. 엔씨소프트의 차기작 〈테블라 라사〉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체험을 가능케 하는 판타지 디즈니랜드이다. 김대표는 "게리어트와 나는 게임이란 단지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혼과 철학에 대해 그와 많이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하루 19시간씩 일하는 그가 틈틈이 영문판 〈주역(周易)〉을 읽으며 중국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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