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접수'한 베팅의 천재 이강복
  • 소종섭·고재열·이문환·신호철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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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이강복 대표


3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판의 큰손은 삼성이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삼성영상사업단은 영화판을 쥐락펴락하며 호령했다. 하지만 IMF 사태로 기업이 구조 조정에 들어가면서 삼성은 영화 사업에서 철수했다.


삼성이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영화 사업에서 철수하자 곧이어 한국 영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영화판에 남아서 전리품을 챙긴 곳은 CJ엔터테인먼트였다. 전국에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세워 톡톡히 재미를 본 CJ엔터테인먼트는 〈공동경비구역 JSA〉에도 투자해 수익을 많이 올렸다.


삼성이 떠난 영화계에 무혈 입성한 CJ엔터테인먼트를 진두 지휘한 사람이 바로 이강복 대표(49)이다. 이대표는 삼성이 만들어 놓은 영화계의 발전된 시스템과 삼성이 키워 놓은 인적 자원을 활용해 영화판의 맹주 자리를 쉽게 '접수'했다.


영화계 경력이 일천한 이대표가 짧은 시간에 영화계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리스크 관리에 능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다. 제일제당 원료사업부 출신인 그는 시카고와 뉴욕의 곡물 선물시장에서 20년 동안 익힌 베팅 감각을 영화사업에 응용했다.


이대표는 CJ엔터테인먼트를 본사에서 분리해 외풍을 막고 산업 성격에 맞게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이끌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 합병·매수 바람이 거세게 불지만 그는 섣부르게 덩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 기동력이 생명이라고 여기는 그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 데 주력한다. CJ엔터테인먼트는 제작 능력이 탁월한 영화사로 꼽히는 명필름과 투자·배급사 튜브커뮤니케이션즈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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