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축하금 건네졌을까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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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김 아무개씨 ‘역할’ 놓고 공방…노무현 사조직 ‘금강팀’ 의심 받아
한시중 은행 팀장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국민은행 김 아무개 팀장(52). 한나라당은 일부 언론 보도를 인용해 김씨를, 당선 축하금을 모금한 노무현 캠프의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지목했다. 청와대와 김씨 본인은 강력히 부인했다.

김씨가 공방의 한가운데 놓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등학교 4년 후배로, 구속된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과 동창이다. 국민은행 14대 노동조합위원장(1986∼1989년)을 지냈는데, 그때 인권 변호사로 명성을 날리던 노대통령을 만나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 지내왔다.

기업들, 보험성 축하금 주려 했다?

지난 대선 때 행보도 눈에 띈다. 구속된 썬앤문 김성래씨의 탄원서에 따르면, 2002년 12월5일 김씨는 문병욱·김성래 씨와 함께 노대통령의 부산 유세장을 찾았다. 김씨 스스로도 노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직후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노대통령이 젊은이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LG전자에 입사한 것도 청년 창업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이 김씨를 조사한 것은 사실이다. 썬앤문 문병욱 회장이 이광재씨에게 건넨 1억원을, 당시 김씨가 지점장으로 있는 국민은행 역삼동지점에서 현금화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 이상의 역할에 대해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씨 역시 “현금으로 바꾸어준 것은 은행원의 일상 업무일 뿐이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일 한나라당이 제기한 김씨에 대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연쇄 발화할 가능성이 높다. 당선 축하금을 정말 받았다면, 이는 불법 대선 자금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성이 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측근 비리와 관련한 요즘 검찰 수사는 당선 축하금 수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에 ‘올인’했던 기업들이 대선 이후 노대통령의 측근들에게 ‘보험성’ 축하금을 건네려고 시도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SK로부터 대선 직후 11억원을 받아 구속되었다. 검찰은 최씨가 부산 지역 기업들로부터 추가로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안희정씨 역시 자유롭지 않다. 그는 불법 대선 자금 5억9천만원을 대선 전에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출처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선 축하금 창구로 노무현 캠프의 사조직 ‘금강팀’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00년 자치경영연구원 사무실이 있었던 금강빌딩에서 이름을 따온 ‘금강팀’은, 당시 노후보의 386 핵심 참모들을 말한다. 금강팀에 몸 담았던 한 386 참모는 “금강팀은 민주당 경선 이후 해체된 모임이다. 금강팀은 차떼기나 일삼는 부국팀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강팀은 새해 벽두부터 다시 주목될 가능성이 높다. 이광재·최도술 씨 등이 특검에 줄줄이 출두해야 하기 때문이다. 1월 초부터 원칙주의자 김진흥 특검이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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