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북한 동포 돕기‘강냉이죽 고난 체험’
  • 김 당 기자 ()
  • 승인 199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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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인사 6백여명 강냉이죽으로 북한 참상 체험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 6백여 명이 북녘 동포들의 ‘고난의 행군’에 동참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북한의 주체식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지금 6·25 전쟁 때보다 더 궁핍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유엔과 국제 기구는 국제 사회가 이 고난을 방치할 경우 가을걷이 때까지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가 원하건 원치 않건, 집단 아사(餓死) 위기에 처한 북녘의 고난은 남녘의 고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북한 주민 돕기 운동은 북한 동포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이 시대 최고의 민족 운동’이다.

사실 북한의 식량난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듯이, 민간의 북한 주민 돕기 또한 지금 갑작스레 불이 붙은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전개되어 온 민간의 북한 주민 돕기는 잠수함 사건 같은 돌출 변수들에 의해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제 사회가 발벗고 나선 북한 원조를 한민족인 우리가 외면한다면 이는 ‘이 시대 최대의 민족 오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서영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왼쪽 사진 맨 왼쪽부터) 등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사회·종교 지도자들이 ‘북한의 식량 위기를 염려하는 만찬’을 마련한 것도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 날 초청된 사회 지도층 인사 6백여 명은 옥수수 2백g과 단무지·김치만으로 차린 ‘강냉이죽 만찬’을 함께 먹으며 북녘 동포들이 겪고 있는 고난을 몸소 체험했다.

고통 체험 만찬에 참석한 사회 지도층 인사와 시민들은 즉석에서 모금한 현금 5천1백만원을 포함해 18억8천9백56만원을 약정했다. 이 약정액에는 ‘사람이 굶어 죽는다는데 국적이나 피부색이 무슨 상관입니까’라며 외국인·조선족 노동자들이 거둔, 옥수수 10t을 살 수 있는 1백70만원도 포함되어 있다. ‘배고픔은 이념을 구별하지 않는다는데, 다 굶어 죽은 뒤에 통일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 날의 ‘가상 현실 체험’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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