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아, 조급증을 버려라”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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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인 신부가 말하는 ‘노대통령에게 주는 5계명’/“자기를 이기는 지혜 필요”
"아들이 대통령이 됐시니 얼마나 좋십니꺼?” 송기인 신부(65·천주교 부산교회사연구소장)에게 주변 사람들이 던지는 농담이다. 부산 재야 운동권의 대부 격인 송신부를 노무현 대통령은 곧잘 ‘아부지’라 불러 왔다.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을 계기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자신을 늘 가까이 보살피고 천주교 영세까지 준 송신부를 노대통령은 친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다. 송신부 또한 노대통령을 아들 대하듯 해 왔다. 한없이 자상하다가도 어쩌다 노대통령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이놈아!’라고 당장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 앞으로도 노대통령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면 언제라도 달려가 호통을 치겠다는 송신부. 참여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에게서 ‘새 대통령에게 주는 5계명’을 들어 보았다.






첫째, 조급증을 버려라. 노대통령은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다. 의사 결정시 사태를 빠르게 판단해 자기 주장을 강하게 밀고 나간다. 인권 변호사나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이것이 그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에는 모든 것을 한 번 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고도 한 박자 늦출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게는 자기를 이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큰 틀에서 사고하라. 노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지역 공약까지 챙기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런 것은 해당 자치단체나 해당 부처 실무자가 처리하면 되는 문제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 철학에 기반을 두고 나라를 이롭게 하고 국민을 복되게 하는[國利民福] 방법을 큰 틀에서 강구할 일이다.
“대미 발언 강도는 더 높여도 좋아”



셋째, 국민의 지혜를 끌어들여라. 청와대 비서실이 운동권 일색으로 채워졌다고 말이 많던데 그건 당연하다고 본다. 대통령과 손발이 맞아야 개혁을 추진할 수 있지 않겠나. 단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국민 참여가 절대적이다. 국민 스스로가 국가의 내일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참여 정치를 훈련할 수 있게끔 대통령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넷째, 자주적인 외교 역량을 발휘하라. 대미 발언의 강도는 더 높아져도 좋다. 오늘날 성조기 불태우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나. 미군이 4만명이나 주둔하고 있는 나라 치고 한국의 반미 시위는 매우 점잖은 편이다. 평양과 서울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갖고 미국에 제목소리를 내야 한다. 단 그에 앞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한반도에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친인척에게 울타리를 쳐라. 훗날 ‘성공한 대통령’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기 위해서는 이것이 관건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대통령 친인척 비리 시비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것은 곧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함을 시사한다. 대통령 또는 친인척 스스로가 깨끗하려 해도 주변에서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벌써부터 대통령 친인척을 지역 지구당 행사 같은 데 끌어들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친인척은 이런 데 발걸음하는 것부터 딱 끊어야 한다. 대통령 친인척과 악수 한 번, 차 한잔 한 것만으로 이를 팔아 먹으려는 사기꾼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 같아서는 문제를 일으킬 만한 친인척들을 아프리카 두메로 보내든지, 특수 감옥 같은 데 격리해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하게 했으면 싶다. 청와대 직속 사정팀이 초반부터 제구실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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