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 2000 2차 혼전 LG·퀄컴이 '변수'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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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식 사업자 선정 앞두고 '진로 선택' 관심

사진설명 21세기 통신 시장 '패권'을 기른다 : 지난해 12월 정보통신부는 IMT 2000사업자로 SK 텔레콤의 SK-IMT 컨소시엄과 한국통신의 KT-IMT를 선정한다.

지난 1월9일 오후내내 하나로통신홍보실 두원수이사는빗발치는 전화에 시달렸다. IMT 2000(차세대 영상 이동통신) 사업에 미국 퀄컴 사가 참여하겠다고 공식으로 밝히자 두이사에게 하나로통신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전화였다.

지난해 12월 하나로통신은 IMT 2000 사업자 선정에 유일한 동기식 사업자로 참가했다가 심사위원들에게 '낙제점'을 받아탈락했다. 하나로통신 처지에서 올 3월 동기식 사업권을 따려면 강력한 파트너가 필요하다. 특히 동기식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퀄컴은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다. 1월4일 하나로통신은미국 퀄컴 본사로 IMT 2000 사업본부 이종명 부본부장을파견해 본격적인 구애 작전에 나섰다.

1월9일 발표에서 한국퀄컴 김성우사장은"기술력과 자금력이 있는 우수한업체와 사업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하나로통신보다 LG를 파트너로 삼고 싶다는 속마음을 보였다. 하지만 두이사는 "퀄컴은 최선이아니면 차선을 택할 것이다"라고 낙관했다. 비동기 방식을 고집하는 LG와 달리 하나로통신은동기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퀄컴이 하나로통신과 손을 잡으리라는 것이다.

퀄컴이 등장하기 전까지 정부와 LG는 한 장 남은 IMT 2000 사업권을 놓고 줄다리기를벌이고 있었다. 정부는 LG를 동기식 사업자로 점찍어 놓았지만 LG는 '동기식은 절대 할 수없다'는 입장이었다. 동기식은 시장성이거의 없다는 것이 LG측 판단이다. IMT 2000 세계 시장은 비동기 방식이 80%를 차지할것으로 예측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성 없는 동기식사업을벌인다면 대주주 브리티시 텔레콤(24%)을 비롯해외국 투자가들이좋아할 리 없다는 것이다.

동기식 사업권을 맡기려는 정부 의중에 반발해 LG는 버티기 전략으로 나섰다. LG측은하나로통신이 심사에서 또다시 탈락해 동기식 사업자가 더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나로통신은 지난번 사업자 선정에서'낙제'한 만큼,재도전한다 해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배적이었다. 정보통신부 안병엽 장관은2월로 예정되었던 동기사업자 선정을3월로늦춘 뒤 "LG측이 계속동기식 불참을 고집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예상했던 바와 다르게진행되었다"라고 말하며정부의 속마음을드러냈다.

그러나 퀄컴이라는 변수가 등장하자상황이 바뀌었다. 퀄컴이 하나로통신과 손잡으면 정부가 원하는 '강력한' 동기식사업자가 탄생하기때문이다. 하지만퀄컴은 하나로통신의'한국IMT 2000' 컨소시엄에는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퀄컴 박문서 사업담당 이사는 "솔직히 말해 하나로통신에는관심이 없다. 하나로통신은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퀄컴이 새로운 컨소시엄을 구성할가능성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한국퀄컴 김성우 사장은 정보통신부가 주도해만드는 '그랜드 컨소시엄'이 퀄컴을 필요로 한다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퀄컴이 맡는 일은'도우미.' 전면에 나서지 않고 기술을 지원하면서외국 이동통신 업체를컨소시엄에유치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IMT 2000 동기식사업자인 일본 KDDI와 미국 PCS 사업자인 스프린트 등이 한국에진출하리라는 설이강력하게제기되고 있다.


LG텔레콤 '빅딜' '통신 사업 철수' 전망 무성

LG는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 2000 사업권을 따지 못하면 LG는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는 셈이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LG가 끝내동기식 티켓을 포기할 경우 다음과 같은 방안을 택할 수있다고 내다본다. 우선 LG텔레콤을 매각해이동통신 시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뒤 훗날을 도모하는 시나리오다. 한국통신에 LG텔레콤을 팔고 한국통신 지분을 대가로 받아한국통신 민영화 사업에참여한다는 '빅딜설'이대표적이다. 그러나 LG는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평가 절하한다. 아직 민영화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한국통신 민영화 문제에서 '소유와 경영 분리'원칙을 내세우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LG가 하나로통신과 파워콤을 인수하려고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특히 한국통신을 제외하면 파워콤은전국유선망을 갖고 있는 유일한업체이다. '파워콤을잡는 자가 통신업계의패권을 잡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통신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이탐내고 있다. 파워콤은 정부가 매수 가격을 지나치게 높이는 바람에 인수자가 나서지 못했지만, 적당한 수준의 가격이 제시된다면 다시 인수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증시에서는 LG와 한국통신의'연합설'도 나오고 있다. LG가한국통신의 'KT-IMT' 컨소시엄에 지분 참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통신이 LG의 지분 참여를어디까지 허용할지가 의문일 뿐만아니라, 한국통신의 대주주가 정부인 이상 정부가 양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시나리오라고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최악의 경우 LG가 LG텔레콤을 매각하고 통신 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 LG텔레콤을 인수할 회사는한국통신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만 맞는다면 한국통신이LG텔레콤을 인수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가입자 3백만명인 LG텔레콤을인수하면 한국통신의 이동전화 가입자 규모가SK텔레콤과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LG가통신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11일 LG가 정보통신부에 LG텔레콤을매각해 달라고 의뢰했다는 유언비어가나오자LG텔레콤의 주가는 급등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1∼2개월 안에 업계에서 많은 일이일어나리라고 내다본다. 그리고 앞으로 통신 시장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바로 LG와 퀄컴의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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