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KOTRA에 물어봐"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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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 · 책임경영제 도입해 '파격 변신'…
해외 지사 대행 사업도 큰 호응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한 직원의 말처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변신은 내부에서도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1월2일, KOTRA는 2003년부터 전직원에 연봉제를 실시하고 성과주의를 반영한 새로운 급여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공기업 가운데 KOTRA가 처음이다.




KOTRA 오영교 사장.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성과주의를 반영한 새로운 급여 체계를 도입하는 등 KOTRA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KOTRA는 올 들어 '공기업 맞아?' 하는 질문이 나올 만큼 눈부신 변화를 하고 있다. 우선 민간 기업들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직원들에 대한 '360° 다면 평가 제도'를 공기업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다. 처장·부장·대리 등 상하를 아우른 15명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승진 대상 후보자를 확정한 뒤 인사위원회가 추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KOTRA는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1962년 창사 이래 40년 만에 처음으로 연공 서열을 깨고 뛰어난 능력을 보인 사람들을 고속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런 변화는 KOTRA가 보인 변신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지난 4월7일 취임한 뒤 숨가쁘게 변화를 주도해 오고 있는 오영교 사장은 "글로벌 경영 시대에는 현장 경영이 중요하다"며 발로 뛰라고 강조해, 본사 인력 가운데 48명을 내년 1월1일부로 해외에 내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KOTRA는 해외 직원(3백5명)이 국내 직원(2백10명)보다 많은 구조를 갖게 되었다. 조직도 해외무역관을 8개 본부로 나누고, 공모를 통해 본부장을 선임해, 이들에게 예산 운영권을 주는 등 책임 경영 체제로 바꾸었다.


요즘 KOTRA 직원들을 떨게 만드는 것은 '고객 보상 제도'이다. 담당 직원의 잘못으로 KOTRA를 2회 이상 방문했다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불친절하다고 느낀 경우 전화로 신고하면 고객에게 전화카드와 도서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도이다. 반면 해당 직원은 승진과 연봉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기에 아무래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부서간 비협조 등 부작용 '흠'




해외 지사를 설치하기 힘든 기업들을 대신해 수수료를 받고 해외 시장 조사와 바이어 발굴을 대신해 주는 '지사화 사업'도 펼쳐 중소기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6백여 기업이 계약을 맺었는데, KOTRA는 이 사업을 통해 2억 달러 가까운 수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 자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과거에는 부서간 업무 협력이 잘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쨌든 KOTRA는 공기업 개혁에서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KOTRA가 매우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도 공기업 개혁이 실패했다는 소리가 많았는데 KOTRA는 개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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