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김성래 부회장의 딸 "나는 도망다닌 적 없다"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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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앤문 김성래 부회장의 딸 장선영씨 인터뷰
대통령 측근 비리를 수사 중인 김진흥 특별검사팀은 김성래(54·여·구속) 전 썬앤문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계몽사 경영진이 특검 출범 직전 각종 기밀 서류를 빼돌리고 잠적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팀은 서류 은폐 작업을 주도한 계몽사 이사이자 김씨의 딸인 장선영씨(32)를 출국 금지하고 추적에 나섰다. 장씨가 빼돌린 서류에 수사의 핵심 쟁점인 농협 대출금 1백15억원의 용처와 정치 자금 내역에 관한 자료가 포함되었을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시사저널>이 도피 중인 장씨를 만났다.

출국 금지 당했다. 특검에서 추적 중인데….

특검에서 잠적했다는 기사가 나간 후에도 나는 똑같이 어머니를 면회하고 변호사 사무실에도 갔다. 서부지청에서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내가 도망갔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는데 출처를 알고 싶다. 의도가 있어 보인다. 언론에서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쓰고 있다. 요즈음 썬앤문 관련 기사는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소설이다.

휴대 전화를 꺼놓고 잠적하지 않았는가?

기자들에게서 하루에 수십 통씩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특검에서 전화가 안 되면 메시지를 남겨놓았으면 될 것 아닌가. 내가 도피 중이라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변호사를 통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지금껏 도망다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회계 장부를 빼돌려 파기한 것 아닌가?

회계 자료는 지난해 4월과 5월에 모두 검찰에 제출했다. 회계 장부는 회계법인에 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계몽사에서 서류를 치운 것은 사실 아닌가?

회사 직원들의 임금을 못 줘 지난 12월 말부터 직원들과 마찰이 심해졌다. 상무를 감금하고 협박해 경찰이 무력으로 저지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회사에서 가져간 자료는 회사 영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서류다. 싸우더라도 회사는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닌가. 직원을 부추겨 뭔가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문병욱·박정수·홍승표 등이 뒤에 있는 것 같다.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이 계몽사 부도 직전 거액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돈 빼돌린 것 절대 아니다. 김 아무개 부회장이 어음 3∼4장을 보관 중이다. 오히려 계몽사 인수 후 홍승표의 어음을 사비를 털어서 막았다. 지금은 모든 재산을 날렸다. 집은 경매되어 넘어갔다. 나는 아는 사람 집과 이모집을 옮겨다니며 얹혀 살고 있다. 잘살고 있다면 억울하지도 않겠다.

농협 대출금 가운데 40억여원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나와 어머니가 검찰에 농협 대출금의 용처를 밝혀달라고 수없이 요구했다. 검찰이 수사를 안해 우리가 회계사를 사서 조사했다. 그래서 대출금 1백15억원 가운데 74억원이 계몽사로 들어가고, 41억원이 이준희 통장으로 들어갔다는 걸 밝혀냈다. 용처를 밝혀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바로 이준희(전 계몽사 이사로 농협 불법 대출을 진행한 당사자)다. 용처는 짐작만 할 뿐이다.
어떻게 짐작하는가?

이준희가 문병욱과 연관되어 있고, 상당 부분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성래씨가 홍기훈씨를 통해 서청원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려고 했다.

문병욱 회장이 한 쪽에만 돈을 주지 말고 한나라당 쪽에도 돈을 주자고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어머니를 통해 홍기훈 한국넬슨제약 회장에게 돈을 건넨 것이다. 어머니는 기사를 통해 홍회장에게 돈을 보냈고 돈 받은 사실은 홍회장이나 서의원에게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돈을 보내고 확인하지 않았다니?

돈을 주고 확인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어머니는 문병욱 회장의 심부름을 한 것이다. 정치인에게 돈을 건넬 때마다 어머니는 한가지 한가지씩 보고하고 문씨의 허락을 받았다.

김성래씨는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과 5백만원을 주었다 안 주었다며 법적 공방을 펴고 있다. 굳이 돈을 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국민은행 지점장인 김정민씨가 어머니에게 ‘이광재가 선거팀 팀장이고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젊은이’라며 도와달라고 했다. 또 문회장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1천만원을 줄까요’라고 물었더니 ‘조금씩 자주 주라’고 해서 5백만원을 준 것이다.

대선 후보의 핵심 참모가 중소기업 사장에게 5백만원 용돈을 받으러 나왔다는 말인가?

63빌딩에서 만남은 이광재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이루어졌다. 당시는 노후보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광재는 처음에는 썬앤문으로부터는 한푼도 안 받았다고 하더니 지금은 썬앤문 부회장으로부터는 한푼도 안 받았다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

‘문병욱과 이광재·안희정은 막역한 사이여서 만날 때마다 5백만원, 천만원씩 주었다’고 김성래씨가 말한 바 있다. 검찰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는 왜 안 나오나?

어머니가 입을 닫고 있다.

계몽사 회장 취임식 때 비디오가 방송을 탔다. 위세가 대단하던데.

편집이 기가 막히더라. 그날 참석한 어머니와 친분 있는 정치인과 관리들을 부패한 사람들로 매도하는 분위기였다. 그 사람들은 매도당할 일을 한 적 없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거래한다는 의혹이 있다.

홍준표 의원이 국회에서 감세 청탁 의혹을 폭로하고 나서 만나자고 해 만났다. 증거 확보 차원이었다. 특별 면회를 와서 만난 것이지 우리가 ‘오라 가라’ 할 일이 아니다. 다만 정치권에서 검찰이 바르게 수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을 뿐이다.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 4월15일 이준희가 진술서를 제출했고 검찰이 압수 수색을 해 썬앤문이 감세 청탁을 하고 정치 자금을 준 게 모두 드러났다. 하지만 특검이 출범한다고 하기 전까지는 검찰에서 그 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한 게 아닌가. 어머니가 검찰에 제출한 문회장에게 보낸 편지와 ‘4월14일 합의 이행 각서’는 이 사건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자료다. 하지만 이 아무개 검사는 돌려주지 않고 있다. 재판부에 제출할 것을 두 번이나 요청했지만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회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청으로 호텔 요리사를 직접 불러 식사를 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

특검 수사를 어떻게 보는가?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대지개발의 가압류를 풀어 줘 불법 대출을 가능하게 했다. 또 농협 원효로지점장이 재판에서 ‘중앙에서 공문이 내려와 대출을 허락했다’고 했다. 그 절차와 압력 행사 과정을 특검이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수사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이다. 특검이 공정하게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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