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색 버스`가 출근길 확 바꾼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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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7월부터 버스 운행체계 개편…경기도와 마찰 등 난관도 많아
“요즘 시내에 못 보던 빨간·파란 버스가 돌아다고 있는데 어떤 차들인가요?” 한 인터넷 지식 검색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이다. 요즘 서울시내 버스 회사들은 차량을 도장(색칠)하느라 분주하다. 7월1일부터 서울시 버스 체계가 바뀌기 때문이다. 색깔뿐만 아니라 버스 노선의 기초가 송두리째 바뀐다. 서울시민들은 7월부터 새 노선을 달리는 새 버스로 아침을 맞게 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버스 운행 체계 개편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서울을 둘러싼 다른 도시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더욱 주목된다. 한 서울시민의 사례를 통해 서울시 버스 개편의 내용·의미·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서울 신림9동에 사는 오성기씨(54)는 매일 직장이 있는 서대문 네거리까지 버스로 출퇴근한다. 가까운 곳에 지하철역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 7시40분쯤 신림9동 국민은행앞 정류장에서 5분 정도 기다려 142번 버스(도시형 버스)를 탄다. 직장이 있는 서대문 네거리까지는 운이 좋으면 40분, 대체로 50분~1시간 걸린다.
퇴근할 때는 노선이 달라 142-1번(도시형 버스)을 타는데 그는 “15분마다 배차한다는데 실제로는 30분 기다리는 일이 많다”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142-1번 버스는 영등포 일대를 이리저리 돌아서 신림9동을 지나간다.

이런 오씨의 일상은 7월1일부터 크게 변한다. 무엇보다 버스를 두 번 타야 한다. 지선 버스-간선 버스라는 개념이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간선 버스는 서울 7개 권역에서 도심을 통과하는 ‘큰 가지’를 운행하는 버스이다. 반면 지선 버스는 기존 마을버스처럼 작은 동네 정류장과 간선 버스를 이어주는 ‘곁가지’ 구실을 한다. 간선 버스는 파란색(B), 지선 버스는 녹색(G)으로 구별한다.

오씨는 지선 버스 5516번을 타고 서울대학으로 가 간선 버스 750번을 갈아타게 된다. 이번 서울시 버스 개편의 핵심이자 아킬레스 건이 바로 환승이다. 지선·간선 버스의 구분 체계는 효율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만원 버스 안에서 승하차를 두 번씩 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다. 오씨는 “출근 시간이 빨라진다면 환승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버스 노선을 타며 출퇴근하는 이정한씨(24)는 “한 번에 가면 자리에 앉아 갈 수도 있는데 갈아타게 되면 출근길이 너무 불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씨가 궁금해하는 출퇴근 시간은 과연 짧아질까? 시간 단축 여부는 이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최대 관건이다. 서울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중앙차로제)를 실시해 버스 운행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중앙차로제는 서울시 주요 도로가 연결되어야 효과가 있다. 현재 서울시는 올해 삼일로를 시작으로 강남대로 등 7개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자치단체인 구청과의 협조가 쉽지 않다. 또 버스전용차로제 때문에 승용차는 더 정체될 수 있다.

서울시측은 오씨의 출근 노선을 따라 갈 경우 소요 시간은 42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소요 시간에서 차를 갈아타는 시간은 빠져 있다. 서울시 버스체계개선단 공성국 주임은 “환승 대기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버스가 정시에 도착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운행 시각 등 버스 운영 전반을 중앙에서 조정하는 사령실(사진 참조)을 갖추었다. 종로소방서 3층에 있는 이 사령실은 지하철 종합상황실과 비슷한 구실을 한다. 몇 번 버스가 언제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위치 정보를 이곳 사령실에서 모아 각 버스회사와 운전기사가 가지고 있는 단말기로 보낸다. 이 시스템은 삼성SDS가 서울시와 계약해 만들었다.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정류장마다 설치된다는 위치정보 단말기는 예산이 부족해 설치되지 않는다.

오씨는 7월부터는 버스 요금을 반드시 교통카드로 지불해야 한다. 환승하는 승객의 경우 지선 버스 요금은 무료다. 하지만 오씨의 경우 이동 거리가 10km를 넘을 수 있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와 정부가 버스회사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보조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인상될 수 있다. 기존 도시형 버스 요금(7백원, 교통카드 6백50원)보다는 비싸고 마을버스로 환승하는 요금(7백원+3백원=1천원)보다는 쌀 것이다”라고 말했다.

버스 체계 개편을 앞두고 몇 가지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우선 홍보가 부족하다. 오씨는 “신문에서 바뀐다는 뉴스는 봤는데 복잡해서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와의 마찰도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와 연결된 버스 노선은 아직 개편 중이다”라고 말했다. 교통개발연구원 권영종 책임연구원은 “실제 서울시민 대다수는 지하철을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 체계 개편의 주요 목표를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통근 시민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므로 경기도와 협조 없이 서울시 버스 개편만으로는 효과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7월1일 시한에 맞추어 너무 급하게 서두른다는 지적도 있다.

오성기씨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좌우간 버스 개혁 자체는 잘 된 일이다. 그동안 버스 체계가 너무 낡았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바꾸더라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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