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4월말에 완전 고갈”
  • 워싱턴/변창섭 (cspyon@sisapress.com)
  • 승인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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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계획(WFP) 사무국장 캐서린 버티니 인터뷰
‘앞으로 2년만 더 도와 달라!’

얼마전 북한의 식량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WFP) 캐서린 버티니 사무국장(46)에게 북한측 인사들이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지난 4일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그는 외부 세계의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북한 관리들은 내게 2년 만이라고 얘기했지만 우리는 올 가을 북한의 추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본 뒤 지원 기간을 정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세계식량계획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을 다녀온 그는 “북한 관계자들은 외부 세계의 지원이 없을 경우 오는 6월이면 식량이 고갈된다고 말했지만, 이번에 북한 현지를 답사해 보니 4월 말이면 끝장나리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재 주로 탁아원과 유치원에 있는 북한 어린이들은 2백60여만 명인데 대부분 영양 실조로 머리칼이 빠졌거나 노랗게 변해 있었다. 지난해 홍수 피해를 본 세 지역을 가보았는데, 그곳 주민들이 감자·김치·나뭇잎, 심지어 벼줄기까지 먹고 있었다”라고도 말했다.

그가 밝힌 이런 내용들은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보도된 바 있으나, 단일 기관으로 세계 최대의 식량 원조기관이자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세계식량계획의 책임자가 북한을 다녀온 뒤 북한 식량난의 실상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북한 주민들이 당국으로부터 배급받는 하루 식량은 쌀 백g. 그러나 홍수 피해 지역 등에 복구 작업을 위해 동원된 사람들에게는 세계식량계획의 도움으로 약 4백50g이 배급된다. 세계식량계획측은 4월1일부터 영양 실조 어린이 약 63만명에게 어린이용 배합 분말을 배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각국의 대북 식량 원조와 관련해 그는 한국 정부가 약속한 6백만달러는 어린이용 배합 분말을 구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외무부 고위 당국자를 만나 한국이 대북 식량 지원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해 ‘다자 차원의 지원에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는 미국이 1천8백20만달러로 수위를 달리고 있고, 그 다음으로 유럽연합이 9백30만달러를 약속했다. 그밖에 식량 지원에 나선 나라는 호주·캐나다·일본·뉴질랜드이다.

지난 5일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만난 뒤 이한한 그는, 특히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직접 지원은 물론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한 식량 지원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올해로 공직 생활 20년째에 접어든 그는 92년 4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임기 5년의 세계식량계획 사무국장에 임명되었으며, 지난 2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재임명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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