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울면 러시아 웃는다?
  • 워싱턴·변창섭 편집위원 ()
  • 승인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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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발 주도권 잡을 기회”…미국 향해 ‘자금 지원’ 러브콜



컬럼비아호 참사에 러시아가 웃는다? 황당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나 실제가 그렇다. 이번 참사로 미국의 우주왕복선 비행 계획이 상당 기간 차질을 빚게 되자, 러시아가 그 공백을 메우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주 공간에는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한 미국의 허블 망원경 체제뿐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유럽이 9백60억 달러를 들여 공동으로 참여하는 축구장만한 크기의 국제우주지국(ISS), 일명 ‘우주 정거장’ 건설이 한창이다.
2000년에 우주 비행사들이 처음 도착해 실험실을 마련한 이후, 미국은 우주왕복선으로 이곳에 주기적으로 보급품을 실어날랐다. 현재 우주정거장에는 미국 우주비행사 2명과 러시아 우주비행사 1명이 평균 6개월씩 머무르며 각종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런데 컬럼비아호 참사로 미국은 당분간 이들과의 교류를 중단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우주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러시아 우주국의 1년 예산은 미국 항공우주국의 1백50억 달러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라 할 2억6천5백만 달러. 때문에 러시아측은 미국이 자금을 지원할 경우, 미국 우주왕복선에 비해 훨씬 값이 싼 소유즈 우주선은 물론 최고 2.7t까지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우주선 프로그레스까지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주비행사 출신인 러시아의 게오르기 그레치코는 최근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우주선은 미국 우주왕복선에 비해 비용이 싸기 때문에 미국의 적절한 자금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국제우주지국 운영에 아무런 차질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자금이 부족해 2001년 3월 미르 우주지국을 포기한 상태다.



러시아측은 또 자국 우주선이 미국의 우주왕복선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소유즈의 경우 제작 비용이 약 천만 달러에 불과해 1기당 제작비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우주왕복선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러시아측 주장이다. 미국은 아직 러시아측 주장에 아무런 대꾸가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국제우주지국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귀환하면 컬럼비아호 참사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추가로 인원을 투입하지 않은 채 국제우주지국을 계속 방치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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