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포기하면 팍팍 도와주마”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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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시장 개방·투자 등 대대적 지원 모색…미국이 제동 걸어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 사정에 정통한 외교가의 한 고위 인사는 유럽연합이 북한에 획기적인 지원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시장을 북한에 전면 개방하고, 섬유나 신발처럼 금방 수출이 가능한 업종에 대해 북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베트남이 개혁·개방으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유럽연합이 베트남 정부에 취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물론 유럽연합의 대북 지원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전제 조건이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남북한·유럽연합·일본·호주 등이 참가하는 다자 구도 협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 문제를 국제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다자 협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태이다.


2월11일, 원래 같이 오기로 했던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외무장관은 오지 못했지만, 유럽연합의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안보정책 대표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런 측면에서 주목되고 있다. 2월10일 일본 고이즈미 총리를 만난 뒤 한국에 온 그는 방문 기간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 그리고 최성홍 외교통상부장관을 잇달아 만났다. 솔라나 대표는 이들과 만나 유럽연합의 북한 해법을 밝히고 협조를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유럽연합의 이런 움직임이 북·미간 갈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보고 있다. 유럽연합측은 북한이 핵을 개발해 얻는 이득보다 유럽연합의 해법에 따르는 것이 경제적인 이득이 더 많다는 논리로 북한을 설득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은 원래 의장국인 그리스의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외무장관을 대표단으로 한 ‘북한 핵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해 2월1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런 제안을 내놓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정확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표단의 방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유럽연합측에 북한을 방문할 것을 권유했었다.


주목되는 것은 이런 과정에서 미국이 유럽연합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미국 강경파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려고 작정한 상태에서 유럽연합 대표단이 북한에 가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강력히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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