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테드 터너 “반드시 재기하리라”
  • 워싱턴·변창섭 편집위원 ()
  • 승인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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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정을 쉽게 내린 것은 아니다.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회사였기 때문이다.” 미국 케이블 TV 대명사인 CNN의 창업주로서 그간 AOL 타임워너의 부회장을 맡아온 테드 터너(65)가 지난 1월 하순 퇴임 의사를 전격 발표했다.


터너는 2년 전 AOL이 타임워너를 합병하겠다고 제의했을 때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인물이다. 이미 1996년 CNN을 약 65억 달러에 타임워너에 매각해 이 회사 최대 주주가 되었던 그는, AOL과의 합병을 통해 또 다른 ‘대박’을 노렸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꿈은 합병 뒤부터 산산 조각 나기 시작했다. 합병 5개월 뒤, 회사 최고경영진은 그가 맡고 있던 타임워너의 케이블 운영권을 박탈했다. 격분한 그는 당시 제럴드 레빈 회장을 겨냥해 본격적인 ‘화풀이’에 나섰다.


결국 레빈 회장은 2001년 말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듬해 5월 주총에서 터너 계열 이사들에게 밀려 물러났다. 일부에서는 레빈의 후임인 스티브 케이스 회장이 물러난 데에도, 터너의 입김이 미쳤다고 본다. 지난해 9월부터 그에게 반기를 든 ‘실력파’ 주주 3명 중 한 사람이 바로 터너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AOL 타임워너 최대 주주인 터너는 이 회사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주가 폭락으로 누구보다 많은 손실을 입었다. 한때 시가 32억5천만 달러에 달하던 그의 보유 주식은 지금은 17억 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최근 그는 주가 폭락으로 인해 하루에 2억4천4백만 달러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CNN을 되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자금력 부족 때문에 여의치 않다고 한다.


터너가 비록 부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는 하지만 AOL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여전히 이 회사 최대 주주인 만큼, 계속 이사진에 남아 경영에 직·간접으로 참여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신임 리처드 파슨스 회장도 터너 부회장이 이사진에 계속 잔류해 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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