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재생 에너지 개발도 ‘속도전’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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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코시마 베버 류 씨가 전하는 북한의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현황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1W의 전력은 곧 피 한 방울’이라고 외칠 만큼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을 목표로 한 전문 기관을 설립했고, 선진 노하우를 얻기 위해 국제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독일 출신 환경운동가 코시마 베버 류 씨가 지난 8월 19·20일 서울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와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회의(에너지대안센터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공동 주최)에 참석해 소개했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을 열고 중국·몽골·북한 등의 환경 보호 관련 사업을 펼쳐온 그녀는, 북한의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몇 안되는 이방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8월19일, 회의가 한창이던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을 찾아 휴식 시간을 이용해 그녀와 인터뷰했다.

북한과는 언제,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북한에 관심을 가진 때는 1999년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 것은 2002년께부터이다. 우리(그녀가 소속한 환경교육보급계획을 말함)는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을 두고 각종 환경 관련 정보를 보급해 왔다. 특히 우리는 환경과 관련된 비디오와 다큐멘터리 필름을 해당 지역에 소개해 왔는데, 마침 당시 베이징 등지에서 열린 국제 회의 때 북한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게 됐다.

당신이 본 북한 에너지 위기의 실상은?

한마디로 에너지가 전무한 상태(No energy)라고 해도 무방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설·장비 등 에너지 관련 전반이 크게 낙후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옛 소련이 붕괴하기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우수한 에너지 기반 시설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옛 소련이 붕괴한 이후 발전이 정지했으며, 현재까지 어떤 에너지 대책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이 날 오후 베버 류 씨는 ‘북한의 에너지 시스템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라는 주제로, 북한의 에너지 위기 실상과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북한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폭넓게 소개했다. 류 씨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센터(PIINTEC·핀텍)를 설립해 시범 사업으로 ‘풍력 에너지 단지’ 계획을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류 씨가 주도하는 환경교육보급계획과 핀텍, 독일의 노르덱스가 합작해 독일의 풍력 발전기를 들여다 북한에 대규모 풍력 에너지 발전 단지를 지으려는 계획으로, 올해 안에 부지 선정을 마친 뒤 600kW급 풍력발전소 5기를 설립할 예정이다.

그녀는 자기가 관여하고 있는 이 사업 외에도, 1997년부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피터 헤이즈가 소장으로 있는 노틸러스 연구소가 주동이 되어 북한의 서해안 지역 운하리에 소규모 병원 시설과 탁아소 그리고 주택 약 20 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풍력발전소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사업종료) 이 사업이 완료되면 모두 7기에 이르는 풍력 터빈에서 하루 40kW의 전력이 생산된다.

현재 미국은 에너지 관련 기술의 북한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류 씨가 사석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의 풍력 발전 기술은 법적인 제약을 피하기 위해 일단 그녀가 운영하는 환경교육보급계획을 통해 이전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류 씨는 북한의 에너지 부문 당국자인 김관호가 지난 5월 중국 칭화 대학에서 열린 동아시아 에너지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에너지난 실상과 장래의 계획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북한 당국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현재 옛 소련 붕괴 이전에 구축한 에너지 시스템의 25% 정도만 가동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2002년 북한 당국이 의욕적으로 세워놓은 각종 경제 개혁 계획이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북한의 설명에 의존해 밝힌 북한의 에너지 부문 부흥 계획의 요지는, 수해로 인해 침수된 탄광을 복구해 북한 에너지원의 70%를 차지하는 석탄 수급을 원활히 하고, 수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해 1600MW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에 대한 복안도 함께 마련했는데, 해외 자본을 유치해 가장 먼저 실현하려는 부문이 풍력 발전이다. 황해남도에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한 20MW짜리 조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도 들어 있다.

당신은 왜 북한의 에너지, 그중에서도 재생 가능 에너지에 관심을 갖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체 지역, 특히 한반도·중국·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는 문제가 중요하다.

심각한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 대책은 한가해 보일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에너지 생산성은 매우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상당히 높다. 에너지 기반 시설 전체가 낙후해 있고, 석탄을 사용하는 방식도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대책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에서 개발하기에 가장 유망한 재생 가능 에너지는 무엇인가?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가 과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가, 어떻게 기존의 에너지와 혼합해서 공급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세계적으로는 바이오 가스가 가장 실질적이다. 이것은 이미 사용되고 있다. 태양 에너지는, 잠재력은 크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려움이 많다. 풍력 발전도 전망이 좋다. 수력 발전은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북한이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일이 동북아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신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자금 조성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어떻게 하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적용해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거대한 실험실과 같다. 북한이 결정한다면, 남한이 직접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 거꾸로 북한 사례를 남한에 적용할 수도 있다. 남한이 독일 등 앞서가는 나라의 모델을 잘 배워 이를 북한에 가르치면 북한의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기간이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

류 씨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풍속이 초당 4.5m 이상인 지역이 전체의 18%에 이르러 상당히 양호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정도면 약 4천MW의 전력을 풍력으로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은 또 1980년대 이래 쓰레기 소각열 등을 이용한 바이오 가스 기술 개발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이 분야에서 당장 실용화할 기술도 상당 수준 축적하고 있다.

류 씨는 인터뷰가 끝난 뒤,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의 북한측 창구인 핀텍이 자체 제작한 홍보용 CD롬을 추가로 제공했다. 이에 따르면, 핀텍은 평양시 외곽 용성구역 화성리 원예총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북한의 몇 안되는 환경 분야 비정부기구로서 북한 당국의 에너지 태스크포스팀의 대외 연락 창구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류 씨는 핀텍 부설 환경정보보급센터의 공동 조정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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