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1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영화제
  • 파리·김제완 통신원 ()
  • 승인 199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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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영화제/한국대사관, 방화 알리기 적극 안 나서
영화 <남과 여>의 무대로 잘 알려진 프랑스 도빌은 파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휴양 도시이다.

상주 인구가 만 명도 되지 않는 이 작은 도시에서 지난 3월5일부터 사흘간 제1회 아시아영화제가 열렸다. 미국 영화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미국영화제를 지난해까지 24회째 열어 온 것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도빌 시는 문화 포용력이 큰 도시이다. 그 점은 이번 영화제에서도 잘 드러났다. 특히 일부 작품을 제외한 아시아 영화들의 작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프랑스의 크고 작은 영화제(10여 개)에 출품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제는 아시아 나라들로서는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도빌 아시아영화제에는 한국 5편을 비롯해 중국 2편, 대만 5편, 홍콩 3편, 일본 2편, 캄보디아 1편, 인도 1편, 인도네시아 2편 등 모두 21편이 선보였다. 한국 영화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만종> <이조여인 잔혹사> <지옥화> 등 주로 신상옥 감독의 60년대 작품들과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영국의 식민 지배 끝에 얻은 해방 공간을 배경으로 힌두교도와 회교도 시크교도 간의 종교 분쟁을 다룬 인도 영화 <지구>가 관객상을, 중국 문화혁명의 폭력성을 휴머니즘으로 질타한 영화 <슈슈>가 비평가상을 받았다.

‘알찬 영화제’를 지향했지만 이번 영화제 참여 작품들은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홍보도 부족했다. 그래서 24년 동안 미국 영화제를 개최한 도빌 시가 그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작품 선정 과정에서 보여준 문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경우 조직위 관계자가 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을 방문해, 그곳에 소장된 한국 영화 30여편 중에서 임의로 선정했다. 그들에게는 프랑스어로 자막 처리된 이 30여 편이 한국 영화의 표본이 된 셈이다.

당초 첫날 오후 4시에 상영키로 되어 있었던 이광모 감독의 작품이 저녁 11시로 예정된 홍콩 영화와 바꿔치기 당한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또 <이조여인 잔혹사>의 주인공인 윤정희씨가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데도 초청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보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 영화제에 참가한 한국인 유학생(영화 전공 10여명)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만이 자국 작품의 카탈로그를 따로 만들어 비치하는 등 대만 영화 알리기에 적극 나선 데 비해, 한국대사관은 차려진 밥상도 제대로 못 먹었다는 지적이다.

제2회 아시아영화제는 내년 봄 다시 열릴 것이다. 이 영화제를 유럽 시장에 한국 영화를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면 1년은 결코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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