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교수의 '김용옥 비판'
  • 김진석(인하대 교수·철학) ()
  • 승인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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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은 '공자 개그' 그만두라"/"문화 권력 위해 노자·공자 이용"

그래, 그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보인다. 공영 방송의 '논어 100 강'. 마치 갑자기 시민들의 철학적이고 지적인 의식이 고양되고 개안된 듯하고, 상실했던 동양의 전통을 한국 사회가 확고하게 회복한 듯하지 않은가.

그러나 오히려 그렇게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상황이 정말 추한 '사건'이 아닐까. 사람들이 정작 그 이면에 숨은 중요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용옥이라는 개인에 열광할수록 사람들은 정작 시급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에서는 눈을 돌리게 된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철저하게 무력한 교수·지식인, 특히 비루해질 대로 비루해진 인문학을 일반인이 조롱하고 경멸하는 데 문제가 있다. 갖은 언론 매체에 등장하며 온갖 말을 하지만 현실적 모순들을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지식인들에 대한 무관심과 조롱을 대중은 대중 스타 김용옥을 통해 표출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도올 이용해 여론과 현실 조작"


이 와중에서 비루한 인문학, 대중의 욕망과 매체 권력은 한판 쇼를 벌인다. 김용옥은 자신의 문화 권력을 위해 노공(老孔)을 이용하고, 공영 방송은 그런 김용옥을 이용해 여론과 현실을 조작한다. 대학 개혁과 사법 개혁, 인권법과 부패방지법 등 문제가 방치된 채 쌓이고 쌓여 사람들 상처가 안으로 곪는 이 마당에 공영 방송은 고전과 성인을 빙자한 노름판을 벌이는 것이다.

군자도 못 되는 사람이 군자를 논하는 꼴은 가관일 것이다. 자신이 몇 십 년 공부했는데 누가 자신을 비난할 수 있느냐는 투정을 보라.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 많은 한국적·세계적 문제에 사람들이 가위눌리는 이 형국에 중국 고대 시대의 군자와 성인을 우상화하는 것이다. 학자든 대중이든 매체든 똑같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 문제를 외면하고 성인 군자의 말씀에 기댈수록, 그리고 그 말을 면죄부로 삼을수록, 한국인의 허위 의식은 더 깊어지고 광신주의는 더 교묘해질 뿐이다.

역사와 고전을 연구하는 지적 노력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노력이 정말 살아 있을수록 우리는 과거에 대한 공부와 현재 공부 사이에 시커먼 균열과 갈등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동양학 연구자들도 동양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몰래 즐기지만 말고, 이 점을 인정하고 말해야 한다. 이 점은 서양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예수를 우상화하는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음,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채널 문제. 지면으로 지식을 전달하던 방식이 텔레비전과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많은 부분 대체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대중 매체는 이미 익숙한 주제를 빈말로 재생산하는 경향을 띤다. 기존 대학에 문제가 있듯이 텔레비전이나 가상 공간의 지식 생산도 나름의 문제에 부딪쳐 있는 것이다. 여기서 '노공 개그'가 사람들이 쉬면서 즐기는 오락 프로그램으로 머무른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용옥은 '불멸의 동양 철학'과 엔터테인먼트 사이에서 음험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철학 체계도 초월적 가치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는 동양의 '영원한 진리'를 쉽고 재미있게 만든다면서 지적 사기를 저지른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보수 언론은 말꼬리를 잡는 고전 번역을 부추기며 상품화하는데, 자구 번역을 둘러싼 왈가왈부보다 옛 텍스트를 사용하는 현재의 태도에 대한 성찰이 중요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면서도 이런 선정주의적 문화 권력을 행사하는 보수 언론과 방송에 대한 비판이 절실하다.

한국 문화사에 가장 고질적인 것이 광신주의적 노예 근성이다. 유불선뿐 아니라 기독교가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지 않았는가. 이런 판국에 노공을 빙자한 광신적 성서 선동이 다시 횡행하다니!

박스 오피스(9월22∼23일)(단위 : 명)














































































순위 작품 이름 개봉일 서울 전국 누계
1 러시아워2 9월22일 82,300 257,300
2 무사 9월7일 73,900 1,555,000
3 브리짓 존스의 일기 9월1일 21,000 356,000
4 베사메무쵸 8월31일 16,400 633,700
5 엽기적인 그녀 7월27일 15,600 4,803,400
6 분노의 질주 9월22일 14,900 41,000
7 메멘토 8월24일 5,800 362,100
8 저스트 비지팅 9월14일 3,900 81,500
9 기사 윌리엄 8월24일 2,800 449,900
10 소친친 9월14일 2,100 31,000

(사)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가 제공한 자료임. *표시가 있는 경우는 공개를 허락하지 않은 배급사의 영화이므로 추정치임. 금요일 개봉 영화는 주말 집계에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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