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서울대 북한교육연구팀 통일 이후 '교육 통합 방안' 등 모색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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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1국가·1체제로 통일될 경우 통일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교육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제 겨우 화해 시대의 첫걸음을 뗀 남북 관계에 비추어볼 때 '1국가'니 '1체제'니 하는 단어는 일반인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보이겠지만, 통일 시대를 위해 위 질문에 진지하게 해답을 찾아가는 연구 집단이 있다. 서울대 안에 설치된 BK21 북한교육연구팀(팀장 김기석 교수·교육학)이다.

사진설명 "첫발 떼었다" : 서울대 북한교육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기석 교수(교육학)는 북한 교육 연구의 발상 대전환을 강조한다. ⓒ시사저널 안희태

1999년 출범해 올해로 3년째를 맞은 북한교육연구팀은 그동안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연구 작업을 추진해 왔다. 첫째, 교육 통합 방안을 모색하고, 둘째 북한 교육 관료제 및 교육계 인맥을 파악하며, 셋째로 북한 고등 교육 현황을 집중 탐구하는 것이다.

국내외 대학 교수와 박사 10여 명으로 구성된 북한교육연구팀은, 첫째 과제인 교육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일단 원칙을 확실하게 세워놓았다. 과거 북한 붕괴 시나리오에 맞추어 공식처럼 등장했던 '교육 체제 흡수·통일' 전략에서 전면적으로 방향을 선회해 남북한이 동시에 통합을 이루어 가는 제3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교육연구팀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북한 교육 관료 및 인맥 구조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 이는 장차 있을지 모를 남북한 교육 관계자간 직접 대화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북한교육연구팀은 이를 위해 지난해 일본 도쿄의 조총련 계열 최고 교육기관인 조선대와, 미국 국립기록물보관소에 연구원을 파견했다. 또 이 연구팀은 남북한 양쪽 모두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 전문가를 연구 사업에 포함해, 이들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다. 조총련계 과학자가 일본어로 쓴 〈현대 조선의 과학자들〉을 번역·출간하는 사업도 이같은 기초 자료 수집 과정에서 얻은 부산물이다.

서울대 북한교육연구팀은 앞으로 김일성대학은 물론 김책공대·평양사범대 등 북한을 대표하는 고등 교육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 수집 및 연구 활동도 병행해 갈 예정이다. 특히 김일성대에 관해서는 팀장인 김기석 교수가 오래 전부터 연구 역량을 축적해 놓은 상태.

북한교육연구팀은 그간 미국에서 현대 북한 교육의 기원을 설명해줄 귀중한 자료들을 찾아내는 등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김기석 교수는 "지금까지 남한 학계의 북한 교육 연구는 정치 사회화 과정이나 주체 사상 등 특정 주제에 치우쳐 왔기 때문에 실제 모습을 보는 데 적지 않은 한계를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 남한의 교육학자가 남한 교육을 보듯이 북한 교육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이제 막 시작이라는 것이다. 동양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올 초 숱한 논란을 불렀던 방송 강의 '도올 논어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강의 진행자의 독특한 언행과, 공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둘러싸고 격렬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강의 진행자의 돌연한 강의 중단 선언으로 진정되었지만, 〈논어〉와 공자에 대한 논쟁은 다시 한번 이어지게 되었다. '〈논어〉 읽기의 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새로운, 일본 역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논어〉(박영철 옮김·이산 펴냄)가 최근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것이다.




'자로가 정치를 물으니 자(子·공자)께서 가라사대 솔선하고 위로할지니라. 더함을 청하니, 가라사대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 〈논어〉 제13장 '자로(子路)' 편의 첫머리다. 이 대목에서 '먼저한다'는 말은, 종래 주석가들 사이에서 '백성들에게 솔선한다'는 뜻으로 풀이되었지만 이치사다는 이를 '부하에게 솔선한다'는 뜻으로 바꾸었다. 그뿐 아니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유명한 '정명론(正名論)' 풀이에서, 이치사다는 '명(名)'을 '명분'이라는 낯익은 용어 대신 '슬로건'이라는 현대어로 풀었다. 이를테면, 용어 선택에 혁신을 이룬 것이다.


교토 대학의 이름 난 역사학자 이치사다가 〈논어〉에 과감한 견해를 덧붙인 것은 〈논어〉가 역대 주석가들의 자기 주장에 오염되어 진면목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치사다는 기존 틀을 깨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정현·주희 등 기존 해석을 일체 배제했다. 그는 서문에서 '논어로 하여금 자신의 진실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치사다 〈논어〉는 한국에서 '정통'으로 통하는 〈논어집주〉(주희)는 물론, 학계 일각에서 이단시되어온 도올 김용옥씨의 〈논어 이야기〉보다 한 발짝 더 앞선 파격성을 보여준다. 정통 견해를 의식적으로 피하다 보니 다소 무리함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이치사다 〈논어〉의 자유 분방한 해석 정신은, 독자들에게 해석의 무리함에서 오는 불편함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1969년 한 시민 강좌 형태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이치사다의 〈논어〉는 또 다른 방식으로 '고전 재해석'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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