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책] 미야자키 이치사다의〈논어〉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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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진실' 캐는 파격적 해석
동양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올 초 숱한 논란을 불렀던 방송 강의 '도올 논어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강의 진행자의 독특한 언행과, 공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둘러싸고 격렬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강의 진행자의 돌연한 강의 중단 선언으로 진정되었지만, 〈논어〉와 공자에 대한 논쟁은 다시 한번 이어지게 되었다. '〈논어〉 읽기의 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새로운, 일본 역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논어〉(박영철 옮김·이산 펴냄)가 최근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것이다.




'자로가 정치를 물으니 자(子·공자)께서 가라사대 솔선하고 위로할지니라. 더함을 청하니, 가라사대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 〈논어〉 제13장 '자로(子路)' 편의 첫머리다. 이 대목에서 '먼저한다'는 말은, 종래 주석가들 사이에서 '백성들에게 솔선한다'는 뜻으로 풀이되었지만 이치사다는 이를 '부하에게 솔선한다'는 뜻으로 바꾸었다. 그뿐 아니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유명한 '정명론(正名論)' 풀이에서, 이치사다는 '명(名)'을 '명분'이라는 낯익은 용어 대신 '슬로건'이라는 현대어로 풀었다. 이를테면, 용어 선택에 혁신을 이룬 것이다.


교토 대학의 이름 난 역사학자 이치사다가 〈논어〉에 과감한 견해를 덧붙인 것은 〈논어〉가 역대 주석가들의 자기 주장에 오염되어 진면목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치사다는 기존 틀을 깨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정현·주희 등 기존 해석을 일체 배제했다. 그는 서문에서 '논어로 하여금 자신의 진실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치사다 〈논어〉는 한국에서 '정통'으로 통하는 〈논어집주〉(주희)는 물론, 학계 일각에서 이단시되어온 도올 김용옥씨의 〈논어 이야기〉보다 한 발짝 더 앞선 파격성을 보여준다. 정통 견해를 의식적으로 피하다 보니 다소 무리함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이치사다 〈논어〉의 자유 분방한 해석 정신은, 독자들에게 해석의 무리함에서 오는 불편함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1969년 한 시민 강좌 형태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이치사다의 〈논어〉는 또 다른 방식으로 '고전 재해석'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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