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특별한 점심'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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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사제 서품 50주년 맞아 조촐한 축하 행사


점심 한끼 대접받는 일로 이처럼 사회적 관심을 끈 사례가 또 있을까. 겉치레에 관한 한 결벽증에 가까운 엄격함으로 유명한 김수환 추기경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고집 센 김추기경도 천주교 '사제의 날'에 서울 명동성당이 조촐하게 차려낸 '점심 밥상' 자리는 마다할 수가 없었다.


올해는 김추기경이 사제 서품을 받은 지 꼭 50주년이 되는 해. 김추기경은 6·25가 한창이던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1969년 추기경이 되었다.




김추기경은 평소 원하던 대로 기념 행사 없이 사제 서품 50주년을 조용히 보내려 했지만, 교회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4월12일 천주교의 주요 명절인 '사제의 날'에, 명동성당은 한국인 신부로는 최초로 사제 서품 70주년을 맞는 임충신 신부 등 다른 원로 사제 세 사람과 함께 김추기경을 초청해 축하 행사를 가졌다. 축하라고 해야 미사를 올리고 축하 인사를 한 뒤 점심을 함께 먹은 것이 전부.


사제의 날은 천주교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직전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눈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매년 이맘 때면 천주교는 교구 별로 수십 년씩 교회에 봉직한 사제들을 모셔 점심을 대접하는 관례가 있다.


김추기경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재임 25주년 때와, 추기경 재임 25주년 때에도 교회 차원의 기념 행사를 사양했었다.


천주교측은 김추기경이 교회사는 물론 한국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자리와 무게를 감안해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대적인 추기경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지난해까지 김추기경이 발표한 기고문·연설문·인터뷰·강론 등을 묶어 〈김수환 추기경 전집〉(18권 예정)을 간행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이 전집은 국내 가톨릭 학자들의 연구 단체인 신앙생활연구소(소장 신치구)가 추진하고 있으며, 김추기경의 팔순 때(오는 6월28일)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천주교의 공식 교회사 연구기관인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김성태 신부)도 김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시절 활동상을 정리하는 화보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벌써 몇해 전부터 계획되었다가 김추기경의 간곡한 만류에 따라 번번이 미루어진 것들이다. 김추기경은 부활절(4월20일)을 전후로 하여 도올 김용옥씨가 진행하는 KBS '도올 논어 이야기'에 특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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