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
  • 박성준 기자 ()
  • 승인 2003.02.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막말이 입에 밴 ‘원조 보수’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능력과 경험의 사나이’로 통한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그는 마흔셋에 국방장관에 올라 ‘미국 최연소 국방장관’ 기록을 세웠다. 또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든 ‘세계 최강’ 미국의 국방장관 직을 두 번째 맡아 일하고 있다. 게다가 2001년 9·11 테러 이후로는 미국민들에게 신망까지 얻었다. 미국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이 습격받을 때, 그는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자기 사무실을 지키며 사태 수습을 지휘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가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것은 아니다. 특히 그가 ‘미국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는 신조에 의거해 동맹국에 ‘막말’을 쏟아낼 때, 상대방은 분노로 몸을 떨거나 굴욕감에 고개를 떨구거나, 불안감에 조바심쳐야 했다. 최근에도 그랬다.
지난 2월 초순 그는 전통적인 동맹인 프랑스·독일이 미국이 추진하는 이라크 전쟁에 휘말려드는 것을 거부함은 물론 아예 전쟁 자체를 반대하고 나서자, 이들을 ‘낡은 유럽’이라고 싸잡아 매도했다. 자존심 센 유럽 사람들이 흥분한 것은 당연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미 간에 조율을 거치지 않은 심각한 발언을 했다. 지난 2월13일 미국 의회에 출석해 북한을 ‘세계에서 최고로 심각한 미사일 기술 확산국’이라고 단정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미군 병력을 수도 서울과 비무장 지대에서 뺄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럼스펠드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철학’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는 1957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연방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진출한 이래 평생을 ‘원조 보수’ 진영에서 활약해 왔다. 그는 미국의 ‘21세기 국방 청사진’인 미사일방어(MD) 구축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그는 또 지금은 자신의 선임자가 된 딕 체니 부통령을 수하에 거느리며 그에게 ‘보수가 무엇인지’를 가르친 교사이기도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