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손으로, 국민 섬기는 방송 만들기
  • 朴晟濬 기자 ()
  • 승인 1997.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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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개혁국민회의 ‘국민주 방송’ 설립 작업 박차…전 AFKN 채널 인수 낙관
새해 벽두부터 서울 여의도 방송가에 꿈 같은 계획 하나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방송, 이른바 ‘국민주 방송’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시민·시청자·종교·방송·언론인 단체의 결집으로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주 방송을 추진하고 있는 방송개혁국민회의(방개혁·상임 대표 강문규)는 지난해 6월 준비 작업에 착수한 데 이어, 연말에는 전문가들을 불러 국민주 방송 설립 의의와 필요성, 외국 사례와 추진 계획 따위를 검토하는 1차 토론회까지 열었다. 올 들어 방개혁의 발걸음은 더 빨라지고 있다. 1월에 2차 토론회를 열어 세부 계획을 확정짓고, 2월까지 국민주 방송 설립 발기인을 모집하며, 3월께 방개혁을 아예‘국민주 방송 추진본부’로 개편하여 주주를 모으는 등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천억원 마련 어렵지 않다”

방개혁측에 따르면, 국민주 방송은 주한미군이 사용하다 한국측에 돌려준 VHF 채널 2(전 AFKN)를 정부로부터 인수해 운영한다. 방개혁측은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6월부터 기존 KBS·MBC·EBS를 국민주로 전환하는 방법과, 채널 2를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타당성 조사 작업을 벌인 결과 후자측 안이 훨씬 더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문제는 과연 정부가 수익성이 엄청나 대기업들이 저마다 눈독을 들이는 채널 2를 방개혁측에 넘겨줄 것인가 하는 점과,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는 방송 설립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것이다.

방개혁측은 양쪽 모두를 낙관적으로 내다본다. 방송 허가의 경우, 채널 2에 워낙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 어느 한쪽에 선뜻 떼어줄 수 없을 뿐 아니라 방송의 제자리 찾기라는 명분을 묵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올해에는 대선이 있어 여·야 어느 후보든 국민주 방송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쉽사리 뿌리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소 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 마련 부분에도 방개혁측은 낙관적이다. 방개혁 최문순 사무처장(전 MBC노조 위원장)은 국민주 방송이 〈한겨레> 경우보다 훨씬 방대하지만 돈 문제는 오히려 해결하기 쉽다”라고 말한다. 공중파 방송의 경우에는 그 제한적 특혜 성격 때문에 채널권을 확보하는 것 자체로 프리미엄이 붙게 마련이어서, 가허가권을 따내는 등 일단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 ‘사자’는 사람은 얼마든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주 방송은 기존 공중파 방송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방송인 사이에서는 벌써 10년 전부터 논의되어온 숙원 사업이다. 방개혁의 엄민형 사무국장은 “기존 방송은 정치적으로는 민간·시민 사회의 정치 참여를 봉쇄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으며, 운영권이 권력 또는 대자본 집단에 예속돼 방송 본연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실현하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국민주 방송 계획은 방송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국민에게 돌림으로써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실현하고, 나아가 참여 민주주의의 지평을 확대할 대안이라는 것이다.

방개혁측은 특히 국민주 방송의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언론학 교수·일반 시청자·방송 현업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지난해 10월 설문 조사 결과에 크게 고무되어 있다. 일반 시청자는 물론 방송 현업인의 압도적 다수가 ‘현재의 공중파 방송에 만족하지 못하며’ ‘정부나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방개혁측은 국민주 방송이 탄생하게 되면, 일정 수 이상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사회 단체가 나누어 운영하는 네덜란드의 NOS 식이나, 설립 자본금은 국고에서 충당하지만 운영은 시민 대표들에게 맡기는 오스트리아 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꿈이 큰 만큼 국민주 방송 설립 운동이 안고 있는 고민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물론 기존 방송에 길든 시청자의 태도다. ‘맛’보다는 ‘영양가’를 지향하는 국민주 방송이 기존 시청자에게 얼마나 먹혀들지 의문이다. 또 제아무리 치밀한 복안이 있어도 ‘원님’이 ‘나팔’을 불지 않으면 만사는 물거품으로 끝난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개혁의 기대는 분명하다. 국민주 방송 설립 작업은 누구 한 사람의 관심사가 아닌‘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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